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사진=BNK금융]BNK금융지주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초반부터 '밀실 인사'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후보자들에게 서류 제출 기한에 임박해 통보하거나 유력 후보자인 외부 인사들을 후보군에서 배제하면서다. 이는 지주 CEO 인사 과정에서 외부 간섭과 경쟁 구도를 최소화해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는 15일까지 CEO 후보 서류 제출을 받는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면서 차기 수장 후보 접수에 나서는 것이다. 통상 12~1월 CEO 후보 지원서를 접수받은 것과 달리 석달가량 일정을 앞당기면서 CEO 선임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에는 임추위 가동 사실과 후보자 지원 안내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어 '밀실 인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후보자에게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쯤 최고경영자 후보에 선출됐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에 낀 추석 연휴를 고려하면 영업일 기준 사실상 닷새도 채 안 되는 시간을 준 것이다.
유력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외부 인사도 배제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안효준 전 BNK금융지주 부사장, 박재경 전 BNK금융지주 사장, 이두호 전 BNK캐피탈 사장 등을 유력 차기 회장 후보로 봤지만 이들 모두 후보에서 제외됐다.
안 전 부사장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BNK투자증권 대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BNK금융지주 그룹글로벌총괄부문장을 지낸 바 있으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 있던 경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박 전 사장은 지주회사 설립과 경남은행, 저축은행·자산운용 인수, 캐피탈 설립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전 사장은 2023년 빈 회장과 함께 당시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인물이다. 외부 인사로는 안감찬 전 부산은행장이 외부 자문기관을 통해 후보로 선정됐지만 앞서 언급된 이들보다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전 사장과 박 전 사장은 빈 회장보다 내부 신망과 능력면에서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번에 제안을 받지 못한 것에 금융권 관계자들도 의문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BNK금융은 2022년에도 내부 인사만을 후보군으로 선정해 절차를 진행하려 해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았지만 여전히 유력 외부 인사는 배제하는 등 절차상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올해 임추위의 조기 가동은 빈 회장 연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BNK금융은 지방경기 침체 등으로 올해 이자이익 감소가 예상되면서 최근 60일간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빈 회장은 오는 20일 미국 뉴욕과 시카고에서 열리는 자체 기업설명회(IR) 행사에 참석해 해외 투자자 달래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사는 회추위 구성을 알린 뒤 차기 회장 후보 추천을 위한 후보군 심의기준 등부터 논의한 것과 달리 단 며칠 새 후보 제안서를 마감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금융지주 회장 인사의 고질적인 문제이자 전형적인 깜깜이 인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NK는 연말 계열사 CEO 임기 만료를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BNK금융 관계자는 "상시 후보군을 훨씬 전부터 추렸고 평가 결과 유력 후보자인 외부 인사들이 상시 후보군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임추위 시기를 앞당긴 것은 연말 계열사 CEO 중 임기가 만료되는 이들이 많아 회장 선임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주경제=권가림·김수지 기자 hidden@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