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상가·개미마을 반세기 만에 ‘새 옷’ [자치구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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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상가·개미마을 반세기 만에 ‘새 옷’ [자치구 돋보기]
서대문 홍제동 재개발 추진 유진, 최고 49층 복합단지 검토 개미, 2000세대 아파트 탈바꿈 홍제천 복원… 수변공원 조성 2030년 착공 목표로 ‘속도전’
“정비 사업은 단순히 낡은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과제입니다. ”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14일 재개발을 앞둔 홍제동 유진상가 일대에서 프레스투어를 진행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대문구는 50여년 전 조성한 이 일대를 최고 49층 규모의 주상복합과 문화·복지·업무시설이 어우러진 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홍제천을 덮었던 복개 구조물은 철거해 생태하천으로 복원한다. 20여년간 표류했던 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 서북권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개미마을 일대는 20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유진상가·인왕시장 일대에 세워지는 주상복합단지 조감도. 서대문구 제공 ◆유진상가, 20년 표류 끝 재개발 시동

16일 구에 따르면 유진상가는 1970년 홍제천을 복개해 지어진 주상복합아파트로, 한때 서북권 최고급 단지로 꼽혔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나며 노후화가 심해졌다.

빛바랜 외벽과 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 ‘유진맨숀’이라는 글씨가 당시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복합 아파트는 2003년부터 정비 사업이 추진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구의 갈등 조정 노력 끝에 2023년 11월 역세권 활성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고,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7월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이 확정됐다. 이 구청장은 “대상지 선정부터 정비계획 확정까지 통상 5∼8년 정도 걸리지만, 이번에는 1년 9개월 만에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구청이 직접 시행사로 나서 사업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국 최초 사례다.

사업 대상지는 홍제역 인근 298-9번지 4만2515㎡ 일대다. 홍제천을 메워 그 위에 세운 주상복합건물인 유진상가와 원일아파트, 인왕시장이 포함된다. 확정된 정비계획에 따르면 이 구역에 공동주택 1121세대(분양 980세대, 임대 141세대), 오피스텔 92세대를 조성하고 상업·문화·복지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49층과 32층 규모로 각각 두 동씩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인근 홍제초등학교의 일조권을 고려해 층수가 다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워졌던 홍제천은 복원하고 하천 변에는 3501㎡ 규모의 수변문화공원이 조성된다.

총 사업비는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주민대표단 23명이 구와 사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시공사는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한 후 주민대표단이 낙찰된 건설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구는 통합심의를 준비하고 있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시키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속도전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개미마을 2000세대 아파트로 변신

또 다른 재개발 구역은 개미마을이다. 김대호 전 MBC 아나운서가 자사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자신의 집을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제동 9-81일대에 위치한 이 마을은 1970년대 인왕산 자락에 형성된 무허가건축물 밀집지역으로, 석축 붕괴 위험과 기반 시설 부족 등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정비가 시급했던 이 일대는 2006년 개발제한구역 해제 이후 여러 차례 개발이 시도됐지만 낮은 사업성 등으로 무산됐다.

구는 이 일대를 비롯해 인근 문화마을과 홍제4재개발 해제구역 일대를 묶어 ‘문화타운’으로 조성하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화타운은 지난해 10월 서울시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위원회에서 조건부 선정된 데 이어 지난달 29일 재개발 후보지로 최종 확정됐다.

구는 용도지역 상향 등 사업성 개선 방안을 통해 재개발 실현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노원구 백사마을, 강남구 구룡마을과 마찬가지로 신통기획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전기를 맞았다”며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면 20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로 조성돼 주거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희 기자 saehee012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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