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HD현대의 DNA"라며 "모두가 한뜻으로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Future Builder)'가 되자"고 강조했다. 30여년 만의 오너 경영 복귀와 함께 내놓은 첫 메시지로, 정 회장은 "미·중 패권 경쟁과 경기침체, 중국발 공급과잉이 맞물린 복합위기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20일 전사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메일을 통해 "우리가 수많은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지만, 지금의 경영환경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며 "HD현대가 오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어려움을 견뎌온 임직원 여러분의 헌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2년 울산조선소 기공 이후 숱한 위기를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결국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왔다"며 "이 DNA를 잊지 않고 다시 한번 해낼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각 사업부의 현실을 냉정히 진단하면서도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다. 조선 부문에 대해서는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급감했고, 중국의 시장 잠식은 모든 선종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우리의 주력인 LNG선은 작년 93척에서 올해 37척으로 급격히 줄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선가가 중국보다 10% 이상 높지만, 연비 효율이 10% 이상 뛰어난 신기술과 신 선형으로 고객을 설득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조선소 전환(FOS·Future of Shipyard)으로 원가 경쟁력의 격차를 줄이고, 지정학적 기회를 활용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을 다시 위대하게) 참여와 해외 야드 확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고 말했다.
건설기계 사업에 대해서도 "미국 관세와 초대형 경쟁사의 시장 잠식으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딜러들조차 원가 부담으로 판매가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고 했다. 하지만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을 계기로 양사의 자산을 한데 모아 글로벌 생산 체계(GMF)를 구축하고, 지원조직·부품센터 통합 등 효율화를 추진 중"이라며 "전자 유압 등 최신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모델의 호응이 높다. 이제는 영업 네트워크와 서비스 역량을 키워 인도·브라질·호주 등 신시장 개척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유·석유화학 부문에 대해서는 "국내 정유 4사 모두 상반기 적자를 기록할 만큼 쉽지 않은 시기"라며 "정유사업은 순환·바이오 등 친환경 제품과 윤활유·발전 등 신사업을 발굴해 불황 속에서도 마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석유화학 사업은 투입원료와 운전조건 등을 최적화해 원가를 낮추고, 소프트 열가소성 올레핀(Soft TPO)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며 "에탄 직도입과 석화단지 통합 계획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력기기 사업에 대해선 "전력 소비 증가로 호황을 맞은 HD현대일렉트릭은 지금의 기회를 살려 근본적인 체력을 다져야 한다"며 "불황이 다시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도록 미래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전사업은 과거 전력 사업에 비해 경쟁력이 약했지만, 청주 신공장 완공과 북미 시장 수출을 위한 국제 인증 확보로 성장 기반이 마련됐다"며 "울산·알라바마 공장 증설과 초고압직류송전(HVDC),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성장 사업이 향후 HD현대의 체질을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미래 전략산업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AI, 자율운항, 연료전지, 배터리팩, 로봇, 소형원자로(SMR), 해상풍력, 태양광 등 분야에서 HD현대는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으로 임해야 한다"며 "저 역시 책임감을 갖고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의 DNA를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수하는 것이 제 역할 중 하나"라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든 임직원과 만나 경청하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직원들이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겠다"는 의지도 덧붙였다.
정 회장은 또 "권오갑 명예회장께서 어려운 시기를 훌륭히 이끌어 주셨다"며 "그 헌신과 리더십을 이어받아 HD현대의 발전과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임직원 여러분의 안전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여러분과 가정의 평안이 곧 회사의 기초라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다시 한번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애써주신 모든 임직원께 감사드린다"며 "우리 모두가 한뜻으로 뭉쳐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로 나아가자"고 글을 맺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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