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의 임팩트는 당초에 예상한 지점을 뛰어넘어 훨씬 더 다양한 곳에 광범위하게 가 닿는 경우가 많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단선적인 목표를 앞세운 정책은 그래서 대개 예기치 못 한 부작용이나 폐해를 일으킨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가열되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도 이런 범주에 든다.
가뜩이나 먹고살기 어려운 입점 업주들이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는 구호는 선량하고 힘이 세서 여론의 동의와 지지를 어렵지 않게 얻어낸다. 물론 수수료 상한제로 대부분 소규모 자영업자인 입점 업주들의 수익성이 일순간 조금이나마 개선될 여지가 없지는 않다. 관건은 이게 선순환의 구조화에 다다를 수 있겠는지, 음식점업을 떠받치는 다른 주체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겠는지, 그래서 멀리 보면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게 별로 없거나 사정이 더 나빠지지는 않겠는지를 제대로 따져보는 것이다.
결국은 정교한 시뮬레이션의 문제인데, 지금까지 드러난 이런저런 연구와 분석의 결과는 수수료에 상한을 두는 방식이 시장 전반을 왜곡해 모두에게 해로울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 전체의 위축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사회주의 식으로 기업의 이윤 총량 자체를 규제할 게 아니라면 수수료 상한에 따른 비용의 전가는 불가피할 것이고 상당 부분이 소비자들에게 떠넘겨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음식 배달 서비스를 지금보다 덜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상품학회의 최근 정책포럼에서 소개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열 명 중 아홉 명 가까이가 수수료 상한제 때문에 비용이 높아지거나 혜택이 줄어들면 배달 서비스 이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수수료 상한제가 적용되면 외식산업의 매출이 2조50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 원 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얼마 전 발표됐다(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미국 뉴욕을 포함해 비슷한 목적으로 수수료 상한제를 시행한 14개 지역에서 소비자들의 비용이 최대 20% 가량 증가하고 주문은 약 7% 감소하는 동시에 음식점들의 매출은 4% 정도 줄어들었다는 데이터 분석의 결과도 나와 있다. 누군가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논리에 업혀 강행된 정책이 결국은 모두에게 불리했다는 것으로, 그리 복잡할 것도 없는 산수의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수수료 상한제 논의가 정치적 완력에 바탕을 둔 밀어붙이기 식으로 이뤄지다보니 대안의 모색을 위한 목소리는 설 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 또한 우려스럽다.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불공정 거래에 대한 더욱 철저한 단속과 제재, 플랫폼의 규모나 영업능력에 따른 차등 적용,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진입장벽 완화를 통한 장기적인 경쟁 체제의 도입 같은 아이디어를 배격할 이유는 없다. 논의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배달 라이더들이 입을 피해는 또 어떠한가.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면 입점 업주들의 수익성이 어떻게 얼마나 개선되는지,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면 근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이렇다 할 설명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자영업자들을 짓누르는 더 중대하고 위태로우며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경제와 산업의 모든 이슈는 양면을 넘어 무수한 다면을 지니고 있으므로 선악의 이분법 비슷한 1차원적 연산 가지고선 아무것도 못 푼다. 이 문제를 포함해서, 사람들의 귀에 착착 감길 만한 명분과 당위를 내걸고 몰아치는 방식의 정책 추진이 곳곳에서 잇따르는 듯해 안타깝다.
김효진 바이오중기벤처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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