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관광소비 100조 원, 방한 관광객 3000만 명’ 목표를 내세우는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부터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심은 한류가 끌어왔지만, 불편은 한국이 만들고 있다”며 “목표만 외칠 게 아니라 기본부터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EMV 결제 어렵고 애플페이·구글페이 인식 오류 잦아 정 의원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불편하다고 여기는 항목 중 하나가 결제였다. 전 세계 오프라인 결제의 74%가 비접촉식 결제(EMV) 방식이며 영국·싱가포르·호주는 90%가 넘는다. 한국은 10% 수준에 그친다. 애플페이·구글페이는 매장에서 인식되지 않거나 오류가 반복된다.
정연욱 의원은 “한강에서 치킨 한 마리도 시켜 먹지 못하는 나라가 현실”이라며 “이건 편의 수준 문제가 아니라 소비 자체가 막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100조 원 소비를 말하면서 기본 결제도 안 되는 나라”라고 꼬집었다.
배달앱 사용의 어려움 등도 문제다. 설치는 할 수 있지만 배달에 성공하기까지 아주 까다롭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취재 결과 일부 중국 관광객들은 자국 SNS를 통해 배달음식을 대리주문을 찾는다. 대체로 중국인 유학생들이 이런 아르바이트에 나선다. 외국인이 앱을 사용하기 어렵다보니 생겨난 아르바이트라고. 이들은 고객이 원하는 지역과 식당의 배달음식 메뉴판을 해석해주고, 대신 주문을 넣어준 뒤 소액의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이로 인해 관광객들은 수수료를 더 쓸 수밖에 없다.
간편결제 시스템만 강화해도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는 커진다. 제주관광공사는 21일 외국인 관광객의 결제 편의를 높이기 위해 제로페이와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를 연동한 결과, 제주지역 모바일 간편결제 이용액이 지난해 50억원에서 올해 10개월 만에 1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알리페이 등 37개 해외 결제앱을 통한 결제가 가능해진 데다가, 애월 카페거리·전통시장 할인 프로모션과 가맹점 확대 효과로 외국인 결제액만 전체의 절반(약 50억원)에 달하게 됐다.
◆외국인, 한국서 가장 불편한 것은 의외로 ‘교통 이용’
교통 불편도 반복되는 민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불편하다고 답한 항목은 교통(19.7%)이었다.
실제 국내 교통카드의 대표 격인 티머니 카드는 해외 신용카드로 충전이 불가능하다. 아이폰 이용자는 모바일 티머니를 사용할 수 없다. 지하철 무인 발권기와 시외버스 예약 시스템에서도 해외 카드 결제 오류가 잦다. 정 의원은 “런던은 2012년, 뉴욕은 2019년부터 해외 카드 한 장으로 지하철을 탈 수 있는데 한국은 아직 20년 전 방식에 묶여 있다”고 했다.
택시 이용도 쉽지 않다. 카카오택시, 우버 등의 앱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역시 외국인들에게는 쉽지 않다.
정연욱 의원은 “K콘텐츠는 국경을 넘었지만 K서비스는 국경 안에 갇혀 있다”며 “배달앱은 켤 수는 있는데 주문은 못 하고, 교통카드는 사도 충전을 못 한다. 이게 어떻게 관광 100조 시대냐”라고 밝혔다. 정연욱 의원은 “관광객들이 오고 싶고,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나라가 되려면 한류보다 먼저 불편부터 치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