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원화] 美관세에 놀란 환율…1400원대 굳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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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00원대 돌파 이후 고공행진 장기화 뚜렷 -4분기 전망치 줄상향…"대미투자 영향 상승 불가피"
#지난해부터 9살 자녀의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김모(42)씨는 유학을 보낼지 말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뀐다. 비자에 대한 미 행정부의 심사 강화뿐 아니라 점차 높아지는 환율도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지난 6월까지 1300원 중후반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400원대고 연말엔 1500원까지 올라간다는 전망도 들린다. 김씨는 “높은 환율로 처음 예상보다 예산이 커지면서 아이를 유학보내야 할지 고민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패션에 관심 많은 이모(32)씨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의류 등을 직접 구매하는 직구족이다. 해외에서 할인하는 제품을 사면 배송비를 내더라도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했다. 하지만 급등한 환율에 하반기 들어선 거의 사지 못하고 있다. 50% 할인하더라도 해외 배송비에 환율까지 계산하면 국내에서 사는 것과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이 한 달여 남았지만 이씨는 기대되지 않는다.

최근 미국, 캐나다 등에 거주하는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높아진 환율을 걱정하는 게시물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온다. 해외 직구 커뮤니티에도 환율이 너무 높아 구매를 망설인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21일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의 배경을 진단하고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짚어봤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8.6원 오른 1427.8원을 기록했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환율은 1350원대 초반까지 내려가며 안정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3일 외환당국은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미국의 상호관세 협상 결과 이후 상승세로 굳어졌다. 특히 최근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 쟁점인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펀드의 재원 조달 방식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점차 증폭됐다. 나아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에 미·중 갈등이 재점화됐면서 환율은 널뛰었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1420원대 수준의 원·달러 환율에 대해 “지금 이 수준에서 움직이는 것은 여러 가지 국제적인 문제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이라든지, 거시적인 부정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 유의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환율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NH투자은행은 4분기 평균 환율 전망치를 기존 1350원에서 138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기존 전망(1370원)보다 20원 높은 1390원으로 높였다. 우리은행은 4분기 평균 환율을 1410원으로 내다봤다. 내년 환율 전망도 밝지 않다. 상상인증권은 내년 평균 환율을 1441원으로 전망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원화는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와 미국의 대규모 투자 요구에 따른 자본 유출에 취약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년 원·달러 환율은 대미 투자의 영향으로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고 향후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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