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우파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21일 일본의 새 총리로 선출됐다. 1885년 내각책임제를 도입한 일본의 제104대 총리이자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이날 중의원(하원) 총리 지명선거에서 465표 중 237표를 얻어 과반선(233표)을 넘었다. 자민당(196석)과 새로운 연정 상대인 일본유신회(35석) 외에도 무소속 의원 일부가 그에게 표를 던지면서 결선투표 없이 승부를 확정지었다. 참의원(상원)에서는 결선투표 끝에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를 꺾었다.
우여곡절 끝 취임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운데)가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임시회의에서 새 총리로 선출된 뒤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일본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른 그는 내부적으로는 ‘여소야대’ 속에 국정을 운영하고, 대외적으로는 한국, 중국 등과의 복잡한 동북아 정세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는 남성·세습 정치인이 주류인 일본 정계에는 드문 여성·비세습 정치인이다. 1993년 처음 당선돼 현재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맡으며 잇달아 ‘유리천장’을 깼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의원총회에서 “유연성을 갖고 국가·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확실히 전진해 나갈 것”이라며 “폭넓게 각 당에 요청해 논의를 축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국면을 헤쳐나가기 위해 그는 당 총재선거 경쟁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농림수산상, 하야시 요시마사 전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전 당 간사장을 각각 방위상, 총무상, 외무상으로 기용할 방침이다.
그간 한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시게루 전임 총리와의 사이에서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협력 기조를 이어온 한·일관계의 향방을 엿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27∼29일 일본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첫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한·미·일 협력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