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협상 기대감 커졌는데…엔低가 환율 다시 끌어올리나

글자 크기
한미 협상 기대감 커졌는데…엔低가 환율 다시 끌어올리나

1430원 아래서 안정화되는 듯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 그간 미국과의 관세협상 움직임이 환율을 좌지우지했다면, 최근엔 엔저(円低)가 새 변수로 가세했다. 일본의 신임 총리가 재정지출 확대를 시사하면서 금리인상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한 영향이다. 이 여파로 엔화 가치는 가파르게 하락했고, '달러강세·원화약세' 흐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 한미 관세협상 결과와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결정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이틀간 10.6원이 상승했다. 21일에는 8.6원이 올라 지난 10일(21원) 이후 가장 높은 변동 폭을 보였으며, 전날에는 개장가 기준 약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1431.5원에 문을 열었다. 이후 소폭 내려 1429.8원에 문을 닫았지만, 주간거래 종가 기준 지난 14일(1431원) 이후 6거래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야간거래 종가는 1431원(새벽 2시 기준)을 기록했다.


한미 관세협상 막판 조율을 위해 협상팀이 긴급 방미에 나서며, 이달 말 타결 기대감이 커졌지만 환율은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통상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은 불확실성 해소로 이어져 단기적으로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시장 반응이 미미했다.


최근 이틀간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린 것은 엔화 약세와 그로 인해 촉발된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영향이 크다. 엔화는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일시적으로 강하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아베노믹스 계승자'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일본 신임 총재로 취임한 21일 이후 약세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일본이 다시 재정지출 확대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시장이 예측한 것이다.


그 여파로 주요 6개 통화(엔화 등)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DXY)는 전날 기준 98.91까지 상승해 최근 일주일 새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미 약세였던 원화 가치는 달러화지수는 물론, 엔화 약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추가 하락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와 원화는 직접적인 동조화가 상당히 높다. 주변 국가로, 시장에서는 같은 아시아통화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엔화 약세로 달러화지수가 올라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 외에도 원화 가치가 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엔화 약세 흐름이 연말까지는 이어져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오는 30일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결정이다. 이때 금리를 올린다면 엔화 약세는 더 단기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엔화가 약세인 것은 다카이치 신임 총리가 BOJ를 금리 동결로 압박할 것이고, 이 때문에 금리 인상이 지연되거나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며 "하지만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BOJ가 금리 인상 기조를 바꾸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달이 아니면 12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하며, "일본은 금리를 올리고 미국은 금리를 내리는 국면이기 때문에 미·일 금리차가 좁혀지면 엔화는 다시 강세로 전환될 수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연말에는 엔·달러 환율이 150엔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 역시 "아베 전 총리의 정책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당시엔 디플레이션 구간이었고, 지금은 인플레이션 상황이라는 차이가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BOJ가 금리 중단을 기정사실로 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어느 정도 정상화되고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엔화 약세 패턴도 없어질 수 있다"며 "내년 1분기 혹은 상반기에는 오히려 엔화가 강달러를 눌러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미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고 BOJ가 연내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수준인 1350원~140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짚었다. 민 연구원 역시 "일시적으로는 환율 하락 재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