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미사일 발사와 관련, 23일 “새로운 중요 무기 체계 시험을 했다”며 극초음속 비행체를 전날 쐈다고 밝혔다. 이달 초 처음 공개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마’형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를 내는 극초음속 무기를 앞세워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사일 외형이나 발사 장면을 공개하지 않았고, ‘미사일’ 대신 ‘비행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개발 및 시험평가 초기 단계 수준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北 “새 중요 무기 체계 시험” 23일 조선중앙통신이 중요 무기체계의 시험을 전날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화성-11마’로 추정되는 미사일의 비행 모습을 공개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초기 단계 추정… 추가 발사 가능성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평양시 역포구역에서 22일 발사된 극초음속 비행체 2발은 함경북도 어랑군 궤상봉등판 목표지점에 떨어졌다. 발사지점과 탄착지점 거리는 약 400㎞다. 우리 군은 북한 미사일이 평양 인근인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발사되어 약 350㎞를 비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자료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그들(북한)은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미사일 기종이나 세부 제원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해당 미사일은 이달 초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에서 공개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마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성-11마형은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날개가 달린 글라이더 모양 탄두를 결합했다.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도 화성-11마형과 유사한 극초음속 활공체(HGV)의 외형이 식별되고 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대기권을 낮게 비행하며 변칙 기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은 고도와 방향을 불규칙하게 바꾸는 변칙 기동이 우리 군에 식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빠른 속도로 표적까지 날아가는 비행능력을 시험하는데 초점을 맞췄을 수 있다. 비행 능력을 확인한 뒤 변칙 기동과 관련된 기술을 검증·시험하면서 기술 신뢰도를 점진적으로 축적하는 방식의 개발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위해선 추가 시험발사가 필수다. 북한이 이번 시험발사에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미사일을 또다시 쏘아올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 10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1마.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미사일 발사에 국내외 규탄 잇따라 국내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여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북한은 무익한 무력시위를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에이펙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한·미·일 공조 하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전쟁이 아니라 평화”라며 대화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은 지난 열병식에서 보란 듯이 최신식 무기를 과시하고, 탄도미사일까지 쏘아댔다”며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창이자, 우리의 자유와 번영을 지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방패”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주한미군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며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다수 탄도미사일 발사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에 대한 지속적 추구를 인지하고 있다”며 “미국의 한·미동맹에 대한 공약은 굳건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방부(전쟁부)도 22일(현지시간) “더 이상의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만드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공약은 여전히 철통같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아니타 히퍼 외교안보 담당 대변인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서 “북한은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불법적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외교로 복귀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박수찬·임성균·김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