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이 도드라진다. 통상, 외교의 최전선에 서 있다. 지난 22일엔 이들 3실장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웠다. 이례적이다. 비서실장은 유럽, 정책실장은 미국, 안보실장은 일본에 있었다. 맹활약이라고 표현해도 될 듯하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독일·폴란드·루마니아·노르웨이를 누비고 돌아왔다. 대통령실은 "내년 상반기까지 3차례에 걸쳐 전략경제협력을 위한 대통령 특사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2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24일 새벽 귀국했다. 미국 측과 관세 협상 막판 협의를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 선출에 맞춰 일본에 갔다 왔다.
언론이나 유튜브 출연도 많아졌다. 대략 꼽아봐도 강 실장은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8월 29일), JTBC(10월 2일), 매불쇼(10월 4일)에 출연했다. 김 실장은 'KBS 일요진단'(7월 31일), 매불쇼(9월 1일), 삼프로TV(10월 15일)에 나왔다. 위 실장은 채널A 인터뷰(9월 27일), JTBC 뉴스룸(8월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8월 29일), 'K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본부'(8월 31일), 대통령실 통신사 기자들 합동 인터뷰(9월 30일) 등이다. 한미관세협상 결과를 홍보하거나 경제, 외교 관계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알렸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들 3실장이 통상, 외교 전면에서 움직이는 모양새다. 국무총리, 경제부총리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과거엔 일반적으로 '참모는 말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보좌가 기본 기능이니 묵묵히 대통령 참모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르다고 봤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대통령은 이들에게 말할 공간을 줬고, 움직일 역할을 부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실'의 모습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웅변한다. 팔짱 끼고 말만 하는 참모가 아니라 몸으로 움직이는, 실행력 있는 참모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실장의 활약'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때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유행했다. 한마디로 '대통령실에 권력을 집중시켜 운영하는 정부'를 말한다. 보통 의회나 내각과의 권력 분산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으로 비판적인 맥락에서 쓰인다. 하지만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실로의 권력 집중은 현실적이다. 특히 우리는 짧은 민주주의 경험 속에서 빠른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었다는 특징이 있다. 분단도 한몫한다. 집권 초인 데다가 일이 진행 중이고, 세계 정세의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성과를 중시하는 실용 정부라는 대통령의 스타일도 주목된다.
문제는 대통령실이 권력을 어느 정도, 어떤 형태로 행사하느냐다. '실장 외교, 참모 정치'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최근 '낙지부동'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 21일 "지금 공직사회가 복지부동이 아니라 낙지부동이다. 감각이 매우 무감각해져 있는 상태다"라고 비판했다. 내각에 어떻게 힘을 실어줄 것인가, 공직 사회에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결정하면 우리는 따른다"며 공직 사회가 대통령실만 쳐다보게 된다면 새로운 대한민국은 없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