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16일 경기 용인시에서 전기차 열폭주 현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전기차 화재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안심보험'을 신설한다. 정부와 제조사가 공동으로 초과 피해를 보장하는 구조로, 통계 부족과 자동차 손해율 관리 부담에 시달리던 손해보험사에는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 예산 중 20억원을 전기차 안심보험 제도 도입에 사용한다. 여기에 전기차 제조사들로부터 40억~60억원을 부담금 형태로 추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보험은 전기차 화재 등으로 차주가 제3자에게 배상해야 하는 피해가 기존 자동차보험 한도를 초과할 경우 적용된다.
전기차 사고 피해 규모는 내연기관차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8~2022년 화재·폭발 사고 건당 손해액은 전기차가 1314만원으로, 내연기관차(693만원) 대비 1.9배에 달했다. 심지어 전기차 화재는 2019년 7건에서 지난해 73건으로 5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해, 같은 기간 인명피해는 사망 3명·부상 16명이었다. 재산피해는 94억5161만원에 달했다. 또한 지난해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경우 재산 피해액만 38억원에 달해, 대형사고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보험업계는 안심보험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현재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도 배터리 교체나 충전 중 사고 보장을 포함한 전기차 특약을 확대하고 있으나, 사고 통계가 부족해 보장 한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번 제도가 소비자 불안 완화뿐 아니라 전기차 보험시장 데이터 축적에도 기여해, 향후 전기차 전용 특약이나 신상품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보험 업계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사고 규모가 커질 수 있어 단일 보험사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워, 정부 지원이 병행되면 대형사고를 전제로 한 재보험 상품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추측은 자제하는 분위기도 있다.
다만 전기차 안심보험 도입의 경우 중복 보장 논란은 남아 있다. 이미 주요 제조사들이 제조물책임보험(PL)에 가입해 있는 상황에서 정부·제조사가 별도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하는 방식은 과잉 안전망이라는 지적이다. PL은 제품 결함 입증 절차가 필요하지만, 안심보험은 결함 여부와 무관하게 기존 한도를 넘는 피해를 곧장 보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주경제=이서영 기자 2s0@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