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은행권의 예금이 눈에 띄게 빠져나가고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이 또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가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7일부터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에 대해 최초 취급 시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하기로 했다.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에 40%로 강화된 LTV를 기존 70%로 적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기로 한 것이다.
대환대출은 새로운 금융회사에서 취급하는 신규 대출로 분류돼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10·15 규제 발표 이전에 LTV 70% 기준을 꽉 채워 주담대를 받은 차주가 대출을 갈아타려면 쪼그라든 30%만큼 원금을 일시 상환해야 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 10억원짜리 아파트를 7억원 대출로 구입한 차주가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려 해도 최대 4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나머지 3억원은 일시 상환해야 해 수억원을 한번에 갚지 않는 이상 사실상 갈아타기가 불가능한 구조가 됐던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불만을 고려해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규제 발표 후 문제가 제기되면 땜질 처방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15 대책 발표 당시에도 상가·오피스텔 등 비주택담보대출 LTV가 70%에서 40%로 강화된다고 잘못 설명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비주택은 이번 대책으로 새로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허가구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LTV가 70%로 유지되는데도 허가구역으로 묶이는 것처럼 안내한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책이 또 바뀌기 전에 서둘러 부동산 자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결혼·학비 마련 등 계절적 수요 등도 겹치면서 급전 마련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23일 기준 104조5213억원으로 9월 말보다 7134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2711억원 감소한 것과 반대되는 양상이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달 말 38조7893억원에서 현재 39조3202억원으로 5309억원 늘었다. 2024년 8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부동산 계약금이나 중도금 납부를 위해 예금에 묶여 있던 자금이 빠져나가는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649조5330억원으로 9월 말보다 20조원 이상 감소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이달 말까지 27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일단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총량 관리 차원에서 올해 말까지 신용대출 한도를 월별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권가림 기자 hidden@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