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좋은 계절이 가을이다. 이달 들어 전북 남원이 관광객 맞이에 분주했다. 가을 정취가 절정에 이른 10월, 남원 곳곳은 축제로 들썩였다. 지난 19일까지 첨단기술과 스릴이 어우러진 ‘남원국제드론제전 위드 로봇’과 남원의 밤거리를 낭만으로 물들인 ‘남원국가유산야행’, 흥부와 놀부 설화를 주제로 한 ‘제33회 흥부제’ 등 대형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남원을 찾을 이유는 여전히 가득하다. 감성을 충전하는 가볼만한 여행지가 많다. 아직 수도권에 비해 따뜻한 날씨도 여행을 즐기기 좋게 만든다. 낮에는 핑크뮬리밭에서 인생샷을 남기고 저녁에는 광한루원의 야경을 천천히 즐겨보자.
◆핑크빛 가을 인생샷, ‘신생마을’서 찍자
홍빛 물결로 물든 남원 신생마을에서 한 관광객이 만개한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올 가을 핑크빛 가을 인생샷을 남기는 법이 궁금하다면 남원시 용정동 ‘신생마을’로 향하자. 과거 축산업을 주업으로 하던 한센인촌이 화사한 꽃단지로 탈바꿈했다. 약 3㏊ 규모의 꽃군락지에는 핑크뮬리, 코키아(댑싸리), 코스모스, 백일홍, 팜파스그라스(아르헨티나 억새) 등 다양한 꽃이 만개했다.
가을이면 이곳이 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으로 변신한다. 이른 아침부터 커다란 카메라를 든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가족끼리 산책하며 서로의 모습을 정답게 담는다. 코스모스, 댑싸리 군락, 핑크뮬리가 물들 듯 어우러져 어디서 찍어도 인생샷이 나왔다. 남원시 관계자는 “예쁘게 가꾼 꽃단지에서 방문객들이 웃음꽃을 피우며 남원에서의 좋은 추억을 남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핑크뮬리를 구경한 뒤에는 차로 10분 거리의 서도역을 찾는 것도 좋겠다. 1932년에 지어진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역사다. 전라선 이설로 2002년 폐역됐지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검은색 목재로 지어진 단층 기와 건물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역 앞 벤치에 앉아 ‘서도역’ 간판이 함께 나오게 사진을 찍으면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그대로 담긴다. 빛바랜 역사를 간직한 역 건물과 녹슨 철길, 그 양옆을 따라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감성을 전한다.
◆남원 대표 문화예술 명소… ‘시립 김병종미술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전경. 남원의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이 멋지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호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남원시 문화예술 대표 명소다. 남원 출신이며 ‘화첩기행’으로 잘 알려진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가천대 석좌교수이기도 한 김병종 작가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 미술관은 김 화백의 작품 100여 점과 함께 지역작가들의 작품도 전시 중인데 무료 관람을 지원한다.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은 하얀 듯 회색빛이 감도는 외벽만으로도 작품 같다. 전면의 물길에는 하늘과 구름, 나무가 비쳐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근사하다. 이같은 외관 덕분에 지역의 관광명소이자 ‘인스타그램 포토존’으로도 꼽힌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곳은 김병종 작가가 기증한 각종 문학 관련 자료들도 전시해 미술과 문학이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시실 한켠에는 관람객이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테이블과 조명이 놓여 있다. 약 2000권의 미술·문학·인문학 관련 도서도 비치돼 있다. 최근에는 생애주기별 교육과 체험을 제공하는 ‘콩(에듀센터)’도 열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폐산업 시설을 리뉴얼해 문을 연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남원피오리움(Fiorium)’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차로 20분 거리의 ‘아담원’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공간이다. 과거 조경농원이었던 공간을 정성껏 가꾸어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만들었다. 대형 카페와 갤러리가 있어 시간을 보내기 좋다.
◆밤이면 빛으로 피어나는 광한루원
조명 아래 빛나는 광한루원. 남원국가유산야행 기간 중 펼쳐진 야간 개방 행사에서 관광객들이 색다른 밤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남원 여행에서 낮의 정취만 보고 돌아선다면 반쪽짜리다. 남원의 대표 야간관광 명소가 바로 광한루원이다. 이는 조선 전기에 조성된 광한루의 정원으로 명승 제33호다. 남원역 근처 시내에 춘향과 이도령이 만났다는 광한루가 있고 그 광한루가 있는 정원을 통칭해 광한루원이라고 부른다. 낭만 가득한 가을밤을 즐길 수 있는 남원의 3대 축제 중 하나 ‘남원국가유산야행’도 최근 이 곳에서 열렸다.
낮의 정원도 좋지만 밤의 광한루원은 한층 색다르다.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는 밤 9시에, 동절기인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밤 8시에 문을 닫는다. 광한루원은 오후 6시까지는 성인 기준 3000원의 입장료를 받지만 이후에는 무료로 개방된다.
해가 기울면 광한루원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조명빛이 더해져 한층 몽환적으로 변한다. 청사초롱이 하나둘 켜지고 월궁 장미정원엔 LED 장미가 반짝인다. 보랏빛으로 물든 사랑의 오작교를 건너면 ‘호남제일루’라 불리는 광한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인근 경외상가에서는 야시장과 버스킹 무대가 마련돼 있어 공연을 즐기며 늦은 밤까지 머물기 좋다. 길 하나를 건너면 요천변 둑방길과 수변 산책로가 이어져 가을밤 산책 코스로도 제격이다.
광한루원을 찾은 연인이 전통혼례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통혼례 체험에 나서고 있다. 산책 전후로는 남원의 별미, 추어탕을 빼놓을 수 없다. 광한루원 주변 ‘추어 거리’엔 오래된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남원 추어탕은 뼈째 간 미꾸리로 국물을 내 고소하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부추와 함께 끓인 ‘추어숙회’도 인기 메뉴다. 지역 전통주 ‘황진이’를 곁들이면 남원 밤의 풍미가 완성된다. ◆남원 사람들의 이야기 품은 남원다움관
남원다움관 전경. 남원시청 제공 남원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남원다움관으로 향하자. 이곳은 근현대기록관으로 남원 사람들의 삶의 기억을 추억하고 기록으로 보존해가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아이와 함께 둘러볼 만한 공간으로도 손색없다. 1층 포레스트에는 남원 관련 자료와 서적을 모아뒀다. 특히 2층은 남원의 옛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행복사진관과 웅이네만화방, 흙다방 등 옛날 감성이 물씬 나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근현대 시기 주요 명소들을 돌아볼 수 있는 인력거 체험도 마련됐다.
꿈틀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로 야외와 1층, 2층에 각각 있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메타버스인 유랑남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는 버스로 남원역과 광한루원 주변 원도심을 중심으로 만인의총과 요천, 지리산 뱀사골 등 남원을 유랑하듯 여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