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올 하반기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려는 5개 증권사들의 '경쟁 레이스'가 한창이다. 출사표를 던진 삼성·신한·메리츠·하나·키움 등 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금융감독원은 인가 요건을 따지는 현미경 심사를 시작했다. 5개사 모두 크고 작은 결격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하나증권이 발행어음 인가 결격 리스크를 회피할 '묘수'를 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최근 금감원에 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한 소명자료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 사업계획타당성, 내부통제, 모험자본 투자계획 등에 더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나증권은 대부분의 요건을 충족했지만, 대주주 적격성과 관련해선 이슈가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 관련 재판이 아직 종결되지 않은 점이다.
함 회장은 지난 2015~2016년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지인의 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2023년 11월 2심에서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는 중이다.
금융당국과 업계에선 이번 건이 발행어음 인가 조건 중 하나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나금융지주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지분율 8.68%)으로 함 회장은 대주주는 아니지만, 대주주 적격성이 대표이사를 포함한 개념인 만큼 함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하나증권은 최근 법무법인을 통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박한 논리를 냈다"고 귀띔했다. 하나증권이 낸 의견은 이렇다. 만약 대법원 최종심에서 함 회장이 유죄를 받을 경우,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되기 때문에 하나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데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였다. 하나증권의 논리가 통한 것일까. 하나증권은 금융감독원의 1차 중간보고에서 심사 중단 대상에 포함됐으나 2차 보고에서는 제외됐다.
업계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심사 지속 결정을 내리면서 하나증권의 발행어음 인가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발행어음 인가 결격 사유와 심사중단 사유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투자업 인가등록 심사 때 심사 대상자나 대주주가 형사소송 피의자이거나 금융위·검찰·경찰 등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경우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심사를 보류할 수 있다. 반면 발행어음 인가의 경우 징계를 받은 내용이 있어도 발행어음 사업과의 관련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따지기에 함 회장 재판 건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적다.
한편 발행어음 인가는 하나증권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2020년 1분기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선 이래 하나증권은 줄곧 6번째 초대형IB가 유력하다고 점쳐졌다. 지주에서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조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거듭하며 하나증권을 지원해왔다. 하나증권 자기자본 규모는 상반기 말 기준 약 6조500억원이다. 초대형 IB로 지정되지 않은 회사 중 메리츠증권 다음으로 큰 규모다.
아주경제=류소현 기자 sohyun@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