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하게 희망해 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은 결국 불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데도 묵묵부답이던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며 ‘핵보유국 인정’ 등 몸값을 한층 높이려 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하고, 북한도 명확한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 정상의 만남이 현실화될 단초는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북·미정상의 회동 불발은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며 정식으로 공표했으나 북한이 보여온 태도 때문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일찍부터 제기됐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염두에 두고 전날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 회동 제안을 거부할 것이란 의지를 보였다.
북한 미사일총국이 28일 서해 해상에서 시험발사한 해상 대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29일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이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여초 간 비행해 표적을 소멸했다고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하며 “서해 해상 상공의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여s(초) 간 비행하여 표적을 소멸하였다”고 전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수년 전부터 시험발사했던 화살-1·2형을 구축함에 탑재할 수 있는 형태로 개량해서 쏜 것으로 보인다. 화살 계열 순항미사일은 1500㎞를 날아갈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28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미국 조지워싱턴 함모를 겨냥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한반도 주변 일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며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희망한다고 밝힌 이후 여러 차례 같은 의지를 밝혔으나 무시에 가까울 정도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를 향하는 사이 북한 외교의 핵심인 최선희 외무상은 러시아를 방문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몸값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이전보다 안정시켜 뒷배를 다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에 맞추어 대화에 나설 필요도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하루 전날 미사일 시험발사가 북한의 염원인 핵보유국 인정을 위한 메시지로 해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9년 판문점서 만난 북미 정상. 연합뉴스 그러나 에이펙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한반도에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평화를 위한 “또 하나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염두에 둔 듯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전날 시험발사만 놓고 봐도 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았고, 탄도미사일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선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여전히 트럼프와 최소한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그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최종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해석했다.
장민주 기자 chapt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