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에 외환시장이 '일단 안도'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20원 선으로 내려앉았다. 간밤 미국이 12월 금리에 대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언급을 했음에도 연말 추가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환율 부담을 줄이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연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후반까지 내려갈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강달러와 내국인 달러 수요 증가 등 구조적 상승 압력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총재 "외환시장 충격 줄인 협상"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7원 내린 1425.0원에 개장한 후 장 초반 1420원 초중반 선에서 등락했다. 현금 2000억달러 대미투자의 연간 상한을 200억달러로 제한하면서 시장이 안도한 영향이다. 정부는 대미 투자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고, 1500억달러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마스가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 관세는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간밤 야간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 대비 16.7원 급락한 142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타결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굉장히 잘 된 협상"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현금 투자 2000억달러의 연간 상한이 200억달러로 설정된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대미 투자 규모는 연 150억~200억달러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 국감에서도 "150억~200억달러 규모는 해외에서 기채(채권발행)하지 않는 규모"라며 "연간 투자 규모가 이 정도에 그쳐야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이 중립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9일(현지시간)정책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이 예상한 대로다. 이번 인하로 지난 5월 이후 2.0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한미 금리차는 1.50%포인트로 줄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다음 FOMC가 열리는 12월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등 매파적 기자회견을 한 점은 이날 원·달러 환율을 추가 하락을 제한하고 있으나, 시장은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말 환율 1300원대 중후반
시장에선 한미 관세 협상 타결 등에 따른 시장 안정 기대감에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300원대 중후반 선까지 레벨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된 데다 미중 정상회담이 긍정적으로 진행될 경우 위안화 강세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엔화 역시 강세를 보여 연말 1300원 중후반 수준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미 무역 협상이 전격 타결되면서 그동안 외환시장에 불안감을 드리웠던 외환시장에서의 수급 불확실성이 완화했다"며 "자동차 관세 역시 15%로 인하돼 원화 약세 요인이 일부 해소됐다고 본다"고 짚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달러 강세 기조와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상승 부담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서 1420원으로 오른 것은 대미 투자 우려가 반영된 결과지만, 1420~1440원 구간은 외국인 코스피 투자보다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 영향이 컸다는 판단"이라며 "환율이 1400원을 하회하기 위해서는 수급 불균형 해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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