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하 적용 시점은 언제?…"日보다 시간 걸릴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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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인하 적용 시점은 언제?…"日보다 시간 걸릴수도"

한국과 미국이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무역합의 후속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실제 시행 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국회 동의 절차를, 미국에선 대통령 행정명령 서명 절차를 밟아야 해 구체적인 관세 적용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또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한미 합의에 포함이 안 됐다"고 밝혀 "대만 수준에 맞춰질 것"이라고 발표한 우리 정부 입장과 차이를 보였다.


30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에도 직접적인 인하 조치까지는 몇 가지 절차가 남아 있다. 양국 정상 간 최종 합의를 거친 뒤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과 관보 게재로 효력이 발생하며 한국에서는 국회에 '대미투자펀드 운용 특별법(가제)'을 제출·통과시켜야 최종 관세 인하가 적용된다.



앞서 관세 협상을 최종 타결한 일본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은 미국의 행정명령 직후 관세 인하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4일 일본 정부가 미국과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12일 뒤인 9월16일 미국 관보에 게재되면서 관세 인하 효력이 즉시 발생했다. 일본은 행정명령과 관보 게재만으로 시행되는 비교적 간소한 절차를 거쳤다.


반면 한국은 대미 투자펀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국회 입법 절차가 포함돼 있어 실제 적용 시점이 일본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법안을 얼마나 신속히 준비해 국회에 제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법안 제출 달의 첫날부터 관세를 소급 적용하기로 한 만큼,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 11월 중순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세 인하 조치는 이르면 11월1일 또는 오는 12월1일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 달의 첫날부터 소급해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며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 11월 중순까지 법안 제출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관세 적용 시점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관세부담은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지면 현대차·기아 연간 관세 부담은 연간 10조6000억원에서 6조3000억원으로 약 4조3000억원 감소한다. 지난해 수출 대수를 적용하면 차 한 대당 약 333만원의 절감 효과다. 하지만 적용이 한 달만 늦어져도 매달 3000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정부의 신속한 후속 절차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11월 적용을 전제로 대비하고 있지만 실제 일정은 정부의 절차 이행 속도에 달려 있다"며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도 일단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미국의 반도체 품목관세 결정이 계속 미뤄지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관세에 대한 한미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면서 반도체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대만이나 한국을 대체할 제조 경쟁력을 가진 국가는 없다는 점에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타결로 미국과의 협력 여지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세율을 포함한 세부 조건이 공개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반도체에 최대 100% 관세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8개월째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이 반도체 품목관세 상한을 15%로 제한받은 것과 비교해 이번 결과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이라지만 대만도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업계 입장에선 이번 협상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최종 타결까지는 남았지만 대만 수준이라면 우리 기업 입장에선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와 수출 중소기업계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의약품의 경우 최혜국대우(MFN)를 적용받게 됨에 따라 EU·일본 등과 같은 15%로 관세율이 정리됐다. 제네릭(복제약)은 무관세로 결론 났다.


업계는 이번 타결을 '관세 리스크 제거' 이상의 의미로 해석한다. '거점을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압박이 완화되면서 이미 현지에 확보해 둔 위탁생산(CMO), 병렬생산 역량만으로도 단기 대응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 또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15%의 관세를 부과받게 돼 중소 부품 기업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반면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이 이번 협상에서 소외되면서 관련 중소기업들의 충격과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들 품목에는 50%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국내 중소기업은 약 2000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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