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31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연루된 민간업자 등에 대해 배임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들이 기소된 지 4년 만에 나온 첫 판결이다. 1심 재판부는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성남시 공무원들이 결탁해 사업 구조를 설계하고, 김 씨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공모지침서를 조작했다는 기소 내용을 인정했다. 그 결과 김 씨 등은 거액의 부당이익을 챙기고 공사 측은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씨와 유 전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하는 등 관련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내리고 법정 구속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연합뉴스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이 ‘공공을 가장한 사익 추구’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예상이익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확정이익을 정한 공모 과정을 그대로 체결해 공사가 정당한 이익을 취득하지 못하게 하고, 나머지 이익을 내정된 사업자들이 독식하게 하는 재산상 위험을 초래했다”며 “위험이 실제 현실화돼 지역주민이나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막대한 택지개발 이익이 민간업자들에게 배분됐다”고 질타했다. 지방자치와 공공개발 신뢰도를 훼손한 중대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지방행정이 사적 이해관계에 포획되면 대장동 개발처럼 공공의 이익은 축소되고 사업자의 배만 불리게 된다. 공공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제도적으로 사익을 취하는 행태가 더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공공 부문의 부패·비리는 지방자치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몇 년 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 업무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하거나 LH가 발주한 건설·용역 사업의 입찰 과정에서 담합 등의 비리가 다수 적발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도 서울지하철 설비 납품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억대 뇌물을 받고 한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로 서울교통공사 간부들이 구속됐다. 공공 부문의 부패를 막기 위한 감시망을 더 촘촘히 짜야 한다. 대장동 의혹은 지방 언론사의 첫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언론의 감시 기능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대장동 사건은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이어서 2022년 대선 때부터 정쟁의 산물이 됐고,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도 편파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해체법’이 통과된 것도 검찰의 대장동 수사와 무관치 않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 대통령은 측근인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배임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에 따라 재판이 정지된 상태다. 민주당은 최근 일부 피고인의 진술 변경을 이유로 검찰에 대장동 사건의 공소 취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1심 판결을 계기로 여야 모두 재판을 정쟁화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