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서 펼쳐질 이집트 장군의 개선행진… 서울시오페라단의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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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서 펼쳐질 이집트 장군의 개선행진… 서울시오페라단의 ‘아이다’
베르디 만년의 걸작 오페라 ‘아이다’가 11년 만에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40주년 기념작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대규모 합창과 관현악, 발레, 무대장치 등 오페라 예술의 모든 장르적 요소가 집대성되며 ‘오페라 예술의 최정점’으로 여겨지는 작품이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지난 21일 제작발표회에서 "국가와 개인 간의 갈등 그리고 비극적 운명을 웅장한 음악과 함께 그려낸 베르디의 대표작"이라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이 작품은 오페라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감동을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1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새로운 해석보다 원작의 중심을 더 주었다"며 "원작의 정신과 감동을 가장 진정성 있게 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오페라단 ‘아이다’ 포스터. 대작답게 이번 공연에는 서울시합창단, 위너오페라합창단, 경기필하모닉 등 총 200여 명이 참여한다. 특히 개선 행진곡 장면에는 서울시합창단과 위너오페라합창단이 함께하며 합창단만 약 100여 명이 무대에 오른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아이다' 역만 100회 이상 공연한 소프라노 임세경을 비롯해 조선형(소프라노), 신상근·국윤종(테너), 양송미·김세린(메조소프라노) 등 국내 최정상급 성악가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출연한다.

11년 전에도 서울시오페라단 '아이다'에 출연했던 임세경은 "10년 넘는 세월 동안 다른 극장에서 많이 하면서 성장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이번 무대에서 테크닉적인 것과 동료들과의 합, 무대 에너지를 고민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선형은 "조국과 나라를 생각하는 것과 내 사랑 사이의 갈등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너 신상근은 "테너에게는 굉장히 도전적이고 상당히 어려운 역할"이라며 "외국에서는 최근 들어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몇 년 전 광주 이후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겁내면서도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국윤종은 "생애 첫 번째 라다메스 공연"이라며 "너무나 기대가 크고 설레면서도 어려운 작품이기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40주년 기념작 ‘아이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출연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휘를 맡은 김봉미는 "아이다의 악보를 보면 계속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게 피아니시모(아주 작게)"라며 "화려하고 웅장한 대규모 오페라 속에서 각 주인공들의 순간순간 선택과 갈등을 얼마나 잘 나타내고 싶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지휘자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웅장함도 있겠지만, 그 속에 드러나는 각 주인공들의 갈등을 조금 더 세밀하게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싶다"며 "포르테나 웅장함은 부담스럽지 않지만, 극적인 대비가 있는 피아니시모를 어떻게 긴장감을 놓지 않게 연결할 수 있을까가 숙제"라고 밝혔다.

가장 기대받은 장면은 이 오페라를 대표하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개선행진. 이회수 연출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라는 와이드한 무대를 활용해 프론트와 리어 양쪽에서 영상을 사용하고, 개선행진곡에서는 회전 무대를 사용해 화려함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매일 아이다 꿈을 꾸고 있다”며 "지나온 40년과 앞으로의 40년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통성을 유지하는 오페라 아이다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집트 나일강이 주요한 주제로 부각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 연출은 "이집트에서 나일강의 동쪽은 해가 뜨는 삶의 공간이었고, 서쪽은 해가 지는 죽음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집트인들은 동에서 서로 가는 과정을 단순히 삶이 끝나는 시점이 아니라 인간이 삶에서 죽음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정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양에서도 삼도천이라고 해서 삶이 끝나고 죽음으로 가서 다시 윤회를 하기 위해 건너가야 되는 강이 있다"며 "이번 아이다는 그 강을 건너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강을 건넌다는 것이 두려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아이다’ 주역을 맡은 성악가들이 21일 제작발표회에서 아리아를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조선형 소프라노, 국윤종 테너, 김세린 메조소프라노.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어 "개선 행진곡이 가장 밝을 수는 있지만, 라다메스와 아이다가 죽음으로 가는 서쪽의 공간이 가장 어두운 것은 아니다. 빛의 컬러감이 다른 공간으로 받아들여달라"며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는 동시대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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