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무 변호사의 핵심성과지표(KPI)는 흔히 승소 여부로 간주된다. 의뢰인이 변호사를 찾는 가장 큰 이유가 승소이기 때문이다. 보수 약정도, 변호사의 평판도 결국 승소율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나 모든 소송이 반드시 승소만을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소송의 목표는 달라질 수 있다. 필자는 이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①반드시 승소해야 하는 사건 ②패소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사건 ③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실체적 진실에 따른 판단을 받는 것이 중요한 사건이다.
②의 대표적 사례는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사건이다. 재심에서 검사가 무죄를 구형하며 사죄한 경우처럼,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죄 확정이 오히려 정의와 형평에 맞지 않을 때도 있다. ③의 사례도 적지 않다. 필자가 대기업 법무담당 임원으로 근무할 당시, 전직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무조건 승소가 목표가 될 수 없었다. 이사회에서 분식회계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사외이사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직 임원들을 깜깜이 상태로 몰아넣은 채 책임만 묻는 것은 공정하지 않았다. 회사의 목표는 승소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공정한 판단을 받는 것이어야 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①과 ③을 구분하지 못한 채, 퇴직 임원에게 불리한 자료만 선택적으로 제시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당사자들에게 큰 억울함을 남긴다.
검찰 역시 KPI의 덫에 걸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했듯, 기소를 목표로 한 수사가 정당한가라는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검찰뿐 아니라 경찰, 감사원, 공정위, 금감원 등 수사·감독기관의 구성원들은 제도적 취지보다 자신에게 적용되는 KPI에 민감하다. KPI는 대체로 '얼마나 큰 사건을, 얼마나 많이 처리했는가'에 맞춰져 있다. 사건 규모와 건수가 곧 실적이 되고, 승진과 보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건을 키우거나 때로는 사건 자체를 만들어내려는 목적의식이 개입한다는 점이다. 미리 설정된 프레임에 맞춰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일도 벌어진다. 의뢰인들을 대할 때마다 이런 왜곡의 폐해를 체감한다.
그러면 무엇을 새로운 KPI로 삼아야 할까. 송무 변호사에게 승소율만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듯, 수사기관의 평가 기준도 단순한 '사건 건수'나 '유죄 판결률'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건을 맡은 기관이 얼마나 충실하게 절차적 권리를 보장했는지, 사실관계를 균형 있게 확인했는지, 결과가 사회적 신뢰로 이어졌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되어야 한다. 공정한 절차와 실체적 진실을 위한 노력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기에 KPI에 담기 어렵지만, 그 지표가 마련되지 않는 한 왜곡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소송을 '승소냐 패소냐'로만 가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하듯, 검찰개혁도 조직의 구조 개편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사건을 키우는 능력이 아니라 억울한 목소리를 정확히 담아내는 역량, 성과 건수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높인 정도가 새로운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 지표를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은 여전히 건수와 규모를 좇고, 변호사는 승소율에만 집착할 것이다. 진정한 개혁은 제도보다 '평가 잣대'를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박수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