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수처, 존재 이유를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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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수처, 존재 이유를 증명하라

"5년 동안 2명 구속, 6건 기소. 파출소만도 못한 수준이다. "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공수처에 대해 이처럼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거의 모든 사안에서 충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내년 검찰청이 폐지되면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유일한 상설 수사기관이 된다. 그 지위에 비해 성적표는 초라하다.


이 와중에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1일 채상병 특별검사팀에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송창진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고발 사건을 대검찰청에 1년가량 통보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오 처장은 "정상적인 수사 과정"이라고 해명했으나, 조사는 13시간 넘게 이어졌고 특검팀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수사기관장이 피의자로 출석하는 장면 자체가 공수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내년 9월부터 검찰청은 폐지되고 검찰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체제로 분리된다. 이 구조 속에서 공수처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채 살아남았다. 문제는 그 권한이 왜 필요한지 입증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공수처는 최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사건 등 수사와 관련해 "한 발씩 전진하고 있다. 좀 더 지켜봐달라"고 밝혀왔으나 수사력 부족 논란이 하루아침에 해소될 리는 만무하다. 최근 법무부는 검찰의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상설특검을 통해 수사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공수처는 '패싱' 당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법조계 진단은 두 갈래다. 정권과 각을 세우지 않아 손댈 필요가 없었다는 것, 애초에 역량이 부족해 개혁 논의조차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공수처에는 뼈아프다. 공수처는 일반 행정조직이 아니라 단행법률로 만든 예외적 조직이다. 수사 결과를 상시 보고하지 않고 외부 지휘도 받지 않는 구조인 만큼, 검사와 수사관의 역량이 충분했다면 '가장 무서운 조직'이 됐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현실의 공수처는 '존재 이유가 없다''세금 먹는 하마'라는 비판만 듣는다.


공수처의 설립 목적은 분명했다.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견제하고, '제 식구 감싸기' 없는 사정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 그러나 공수처는 감시의 주체가 아니라 감시의 대상이 됐다. 국민으로부터의 불신은 더없이 커졌다. 공수처는 수사에만 집중하고, 외부 통제와 내부 견제 절차를 제도화해 맡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막대한 권한을 가진 공수처가 유지되기 위한 방법은 공수처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것뿐이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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