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친한데, 이름이 뭐였지?”... 치매, 조기 검진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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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친한데, 이름이 뭐였지?”... 치매, 조기 검진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
최근 우리 사회에서 ‘치매’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부모 세대의 문제를 넘어, 누구나 언젠가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이 됐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 인구가 급격히 늘고, 그만큼 뇌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초기에는 단순 건망증으로 오해받기 쉬워 조기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발표된 중앙치매센터·보건복지부의 ‘2023 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치매 유병률은 약 9.25%로 나타났으며 이 결과를 인구수에 적용했을 때 2025년 기준 치매 환자 수는 약 97만 명으로 추정된다.

임진희 수원S서울병원 신경과 원장은 “치매는 늦게 발견될수록 치료보다 관리의 영역으로 넘어간다”며 “평소 인지 기능 저하 신호를 알아차리고 적극적으로 검사·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기 검진이 치매 관리의 핵심

치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같은 독성 단백질이 뇌에 쌓여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완치가 쉽지 않기 때문에, 발병 전 단계에서 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 원장은 “치매는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 대응하기보다는, 위험 요인을 조기에 발견해 생활습관을 관리하고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검진법이 마련되면서, 치매 발병 위험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길도 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지 기능검사, 유전자 검사, 뇌 MRI·MRA 등을 활용한 치매 조기 검진 프로그램 등이 있다.

◆대표적인 치매 조기 검진법

먼저 인지 기능검사다. 기억력, 주의집중력, 수행능력, 시공간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전반적인 인지 저하 여부와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임진희 원장은 “인지 기능검사는 정상과 치매 사이 중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찾아낼 수 있어 치매 예방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검사 또한 중요하다. 특히 APOE 유전자의 ApoE4 대립 유전자는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 검사는 간단히 혈액만 채취하면 진행할 수 있고, 개인별 발병 가능성을 미리 파악해 맞춤형 관리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뇌 MRI·MRA 검사도 널리 쓰인다. 뇌 위축 정도와 뇌혈관 상태를 확인해 치매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 뇌 속에 작은 구멍처럼 생기는 열공이 많을수록 인지 기능 저하와의 연관성이 크다는 연구도 보고돼 있다.

임진희 원장은 “MRI와 MRA는 단순히 치매 여부를 넘어, 뇌 건강 전반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도구”라며 정기적인 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친한 사람 이름이 뭐였지?... “치매 자가진단 체크”

병원을 찾기 전 스스로 치매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도 있다.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기 어렵다거나, 물건을 둔 장소를 자주 잊고, 친한 사람의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약속을 해놓고도 잊어버리거나, 집안의 익숙한 경로나 사용하는 물건의 위치를 순간적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보고된다. 또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대화 중 단어가 자주 막히는 현상도 초기 치매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임희진 원장은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건망증이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 상담과 검진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치매는 환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과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예방적 차원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면 같은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이며, 여기에 정기적인 검진을 병행하면 치매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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