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스타즈 제공 “팬들의 얼굴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뜨거운 함성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해외 무대는 화려했지만, 경기장을 꽉 채웠던 노란 물결이 계속 아른거렸다. 박지수(KB국민은행)가 1년 만에 해외 생활 마침표를 찍고 한국으로 컴백한 이유다. 그는 “가슴을 울리는 함성, 이름을 불러주던 팬들의 목소리가 그리워 돌아왔다”고 미소 지었다.
이견이 없는 리그 최고의 센터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B 유니폼을 입은 박지수는 데뷔 첫해부터 ‘국보’라는 타이틀을 안을 정도로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4번, 챔피언결정전 MVP 2번 등 굵직한 커리어가 증명한다. 한국 무대는 좁았다. 2018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해 라스베이거스에서만 3시즌(2018∼2019, 2021년)을 뛰었다. 2023~2024시즌 KB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뒤 다시 해외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튀르키예 슈퍼리그 갈라타사라이 SK로 이적했다.
사진=KB스타즈 제공 분명한 성장의 시간이었지만 한국이 그리웠다. 박지수는 “유럽 리그는 처음이다 보니 정보가 거의 없었다. 뛰어야 할 대회가 정말 많았다. 어떤 경기인지 모르고 비행기에 타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새로운 세상, 색다른 농구를 경험했다. 미국보다 강한 몸싸움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며 “KB 경기는 계속 챙겨봤다. 가끔 카메라에 잡히는 팬들을 보면 다 아는 얼굴이더라. 그리웠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나는 청주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여기서 데뷔하고 지금까지 뛰고 있어서 그런지, 청주에만 오면 에너지가 생기고 흥이 더 난다”고 돌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시즌 KB는 박지수 공백에도 남다른 저력을 뽐냈다.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해 1위 우리은행을 상대로 대혈투를 벌였다. 비록 패하긴 했으나, WKBL 최초의 PO 5차전을 성사시켰다. 여기에 박지수까지 가세했으니 KB는 더욱 강해졌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사진=KB스타즈 제공 부담감은 없다. 박지수는 “PO 시리즈를 보며 팬의 마음으로 응원했다. 모두가 정말 대단했고, 어린 선수들의 성장도 눈에 띄었다”며 “홈에서 전승했던 2023~2024시즌도 한 경기씩 헤쳐나갔다. 우승을 의식하고 부담을 느끼기보단 우리가 원하는 농구를 하나씩 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팀이 굉장히 빨라졌다. 밖에서 볼 때도 달려졌다고 느꼈는데 같이 훈련하니까 확실히 느껴졌다. 빠른 공수전환 속도에 내가 맞춰야 한다”며 “아직 어렵긴 하지만,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외곽 농구에 힘이 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다친 정강이도 개막 때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승공약으로 ‘한끼줍쇼’를 약속했다. 팬의 집으로 직접 선물을 들고 찾아가, 따뜻한 한 끼를 함께하겠다는 뜻이다. 박지수는 “팬분의 집에 놀러 간다는 것 자체로 재밌을 것 같다. 우리에게 밥을 차려주신다는 부담은 있으시겠지만 나는 어떤 밥상이어도 감사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명절은 맛있는 음식이 많아서도 좋지만, 좋은 사람들과 만난다는 것 자체로 행복감을 주지 않나. 그냥 나물 반찬에 찌개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며 “꼭 집으로 놀러 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