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L 제공 ‘마의 11월’이 남자프로농구(KBL) 디펜딩 챔피언 LG를 기다리고 있다. 이달 백투백(2연전) 경기와 해외 원정이 각각 두 차례씩이다. 이 기간 예정된 이동 거리는 6000㎞를 훌쩍 넘어간다.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LG는 5일 몽골 더 리그 챔피언인 자크 브롱코스와의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조별리그를 치르기 위해 하루 전 4일 인천공항에서 몽골 울란바토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1일 소노(64-74 패), 2일 SK(80-75 승)와의 2025∼2026시즌 KBL 정규리그 원정 2연전에 이은 강행군이다. 끝이 아니다. 몽골에서 귀국한 뒤에도 안방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곧장 원주로 이동해 8일 DB와 맞붙고, 10일이 돼서야 KCC와의 홈경기로 비로소 경남 창원에 복귀한다.
사진=KBL 제공 잠시 숨 돌릴 틈도 없는 LG다. 서울과 수원, 안양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원정길에 나선다. 삼성(12일)과 KT(15일), 정관장(16일)과 차례로 맞붙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대만으로 향한다.
오는 19일 지난해 대만프로농구(TPBL) 우승팀인 뉴 타이베이 킹스와의 EASL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다. 여기까지 소화해야 비로소 2027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에 따른 약 2주간의 휴식기에 돌입한다. 9경기 동안 경기장들의 직선거리만 합쳐도 6158㎞다. 실제 이동 거리는 그 이상이다.
설상가상 수장도 쉴 겨를이 없다. 조상현 LG 감독은 한국 농구대표팀 임시 코치를 맡고 있어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도 벤치를 지켜야 한다. 안준호 전 감독의 계약 만료 이후 대한민국농구협회가 지도자를 선임하지 못하면서 전희철 SK 감독과 조 감독이 각각 감독·코치 대행을 맡은 상황이다.
사진=KBL 제공 여느 때와 다르다. 올 시즌은 특히 EASL 참가로 인해 일정이 배 이상 빡빡해졌다는 분석이다. EASL은 ‘아시아의 챔피언스리그’로 불리는 대회다. 매 시즌 각국의 최강 팀들이 모여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를 거쳐 우승팀을 가린다.
올 시즌엔 한국과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몽골, 필리핀 등 7개 지역 12개 팀이 참가한다. 한국 구단으로는 2023년 정관장이 정상에 선 바 있다. 지난 시즌 한국 농구 챔피언인 LG는 이번 대회가 첫 출전이다.
KBL 2연패에 도전하면서 동시에 국제 대회도 챙겨야 한다. 일단 국내에선 순항 중이다. LG는 4일 현재 리그 2위(8승3패)로 선두 정관장(8승2패)을 반 경기 차로 추격 중이다.
11월 숨 막히는 일정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시즌 초반 성적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일정상 연전과 장거리 이동이 반복되는 만큼 선수단의 컨디션 유지 및 체력 관리가 최우선 과제다.
LG의 집중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목표로 하는 ‘왕관’의 무게를 생각하면 결코 가볍지 않은 여정이다. 송골매 군단이 고단한 11월을 어떻게 버텨낼지 다음 발걸음에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