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피어나는 대한민국, 정치만 바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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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피어나는 대한민국, 정치만 바뀐다면

세계의 주목 속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과제였던 한미 관세 협상을 타결했고, 여러 외교적 성과도 있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국제적 공감도 확인했다. CEO 정상회의에 참석한 엔비디아 젠슨 황의 호의적인 행보 또한 우리 증시의 불장에 기름을 부었다. 주식시장은 초유의 주가지수를 기록하며 치솟고, 반도체가 주도한 수출도 몇 달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풍 가득한 가을의 절정이다. 요 며칠은 겨울을 예고하는 듯 상당히 쌀쌀하다. 외교적 성과의 이면에는 남은 과제들이 있다. 불장 속 주식시장의 중장기 전망은 또 다른 문제이며, 고용구조나 서민경제의 어려움 같은 실질 경제는 여전히 남은 숙제다. 무엇보다 상식을 넘어서는 권력정치가 "정치만 없으면 좋을 텐데"라는 한숨을 토하게 만든다.


APEC의 21개국 정상 이름으로 채택한 '경주선언'은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협력 의지를 담았다. 역내 자유무역 의지를 선언한 그 자리에서 우리는 자유무역에 대비되는 트럼프의 보호무역 압박을 받아들였다. 트럼프에게 선물한 금관이 미국 내에서 트럼프를 비판하는 '왕은 없다(No Kings!)' 시위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은 역설이었다. 미국도 참여한 21개국 선언이다, 그래서일까, 트럼프는 1박2일 자기 일만 보고, APEC 본회의 때나 선언일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국제적 다자 협력을 무시하고 개별적 힘으로 밀어붙이는 트럼프의 방식이다. 일방적 패권주의다.


보호무역이 국제적 자유무역 흐름에 반하더라도 각 나라가 채택할 수 있는 국제경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넘어 우리에게 3,500만불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강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포괄적인 대미 관계에서 불가피하거나, 실용적이라고 판단해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의 투자 강요는 한국, 일본, EU 등을 미국 주도의 공급망 체제에 확실하게 편입시키려는 전략도 담고 있다.


매년 투자액 200억달러 이행이 과연 우리의 국내 산업이나 해외 투자전략에 어떤 족쇄가 될지 관건이다. 물론 우리 정부에서 발표하듯이 10년 이상 예상되는 기간에 안전장치나 상업적 합리성을 우리가 잘 지켜낼 수 있을지, 놓치지 않아야 할 향후 과제다. '핵추진잠수함' 건조 문제도 관세나 투자 협상 타결 못지않게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주목받았다. 관철해야 할 숙제지만, 트럼프의 승인이 구두선을 넘어 실현되려면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다.


지드래곤의 K팝 공연 현장을 해외 정상들이 휴대폰에 담아 SNS에 올려 뉴스거리가 됐다는 보도는 K컬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이미 유엔 무대의 연설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BTS의 RM은 APEC의 CEO 정상회의에서도 연설했다. 한국의 비빔밥을 예로 들면서 국제적 다양성의 공생과 협력을 말했던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비빔밥의 당사국인 우리 자신의 정치는 공생과 협력이 아니라 극도로 양분된 현실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여·야가 서로를 향해 내란 추종 세력, 위헌적 독재 세력이라며 흑백 대결을 벌이고 있다. APEC이 마무리되자 여권에서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중지하는 '재판중지법' 입법을 본격화했다. 국민의힘의 재판 재개 압박에 더해 대장동 중죄 판결을 보면서 다급해졌는지 여당에서 정당방어 입법이라고 했다. 국정안정법으로까지 치장했다. 법률로 헌법을 통제하려는 황당한 시도였다. 결국 불필요한 입법이라는 대통령실의 판단으로 입법 시도를 철회했다.

이런 패권적 권력정치만 사라진다면, 증시의 활황까지 더해진 K컬처 시대의 한국 가을이 더 아름답게 다가올 텐데!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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