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얼라인파트너스 사례는 한국 기업지배구조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다. 내년 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의 선택과목 수업에서 다룰 예정이다. " ("It represents a landmark moment in Korean corporate governance. I plan to teach it next Spring in an elective course at Harvard Business School.")
몇해 전 1%도 채 안 되는 지분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 변화를 끌어냈던 국내 자산운용사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행동주의 사례가 세계 최고 경영대로 꼽히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수업교재인 '케이스 스터디'로 채택됐다.
찰스 왕(Charles C.Y. Wang)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재벌과 순환출자 등 고착화된 지배구조로 인해 주주행동주의가 어려운 한국에서, 토종 행동주의가 성공을 거둔 독보적인 사례"("The Align Partners-SM Entertainment case stands out for its homegrown nature and focus on Korea, where activism has been particularly challenging due to entrenched control structures like chaebols and circular shareholdings.")라고 케이스 스터디 집필 배경을 밝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대부분 수업을 이러한 케이스 스터디로 진행한다. 빠르게 성장 중인 한국 주주행동주의를 세계적 비즈니스 혁신 사례로 주목한 것이다.
대만 출신인 왕 교수는 오랜 기간 기업 지배구조, 행동주의 투자자, 인수합병(M&A), 기업 가치 평가, 주주행동주의 등을 주로 연구해온 금융전문가다. 과거 한국 재벌과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관련 논문도 집필했을 정도로 한국 자본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왕 교수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는 단 0.9%의 지분만으로 논란의 로열티 계약을 중단시켰고, 보다 강력한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냈다"("Changhwan Lee's campaign, with just a 0.9% stake, successfully pressured SM to terminate a controversial royalty contract with its founder, Lee Soo-man, and strengthened governance practices.")고 말했다.
그는 특히 "K팝이라는 비전통적 산업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이 사례의 독특함을 더한다"("Its setting in the K-pop industry, a non-traditional arena for activism, adds further uniqueness.)"면서 "이러한 '다윗 대 골리앗' 스토리는 창업주에 주주들이 종속되기 쉬운 시장에서도 주주행동주의가 충분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This David vs. Goliath story demonstrates activism's potential in markets where shareholders are often beholden to dominant founder-owners.")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공개된 해당 케이스 스터디에는 2022년 얼라인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에 감사 선임과 이수만 창업자측 개인회사와의 내부거래 문제 개선 등을 요구한 이후, 회사측이 이를 수용하는 과정 전반은 물론, 한국 자본시장에 고질적으로 따라붙어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진단 및 분석한 내용까지 포함됐다.
왕 교수는 내년 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기업 분석과 가치(Business Analysis and Valuation)' 선택과목에서 해당 케이스 스터디를 가르칠 예정이다. 그는 "개인투자자 참여 확대, 규제 개혁,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한국 자본시장에 있어 주주 행동주의가 왜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It highlights how evolving factors?such as increasing retail investor participation, regulatory reforms, and the persistent Korea discount?make the potential success of shareholder activism of broader importance to Korean capital markets.")라고 강조했다.
최근 10년간 한국 자본시장이 겪어온 변화와 관련해서는 "구조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순환출자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고, 기업 간 소유관계 또한 훨씬 투명해졌다"("Structurally, the transition to holding-company structures has largely eliminated circular shareholdings and brought far greater transparency to inter-corporate ownership relationships.")는 진단을 내놨다. 하지만 "가족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큰 변화는 없었다"("From the perspective of family control, however, not much has changed.")고도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지주회사 체제가 재벌가의 그룹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고 볼 수도 있다"("If anything, the shift to holding companies may have further solidified chaebol families' grip over their group firms.")고 꼬집었다.
특히 왕 교수는 "이러한 트렌드는 최근 이재명 정부의 정책, 개인투자자 증가, 행동주의 부상으로 조성되고 있는 주주 친화적인 생태계와 뚜렷하게 대비 된다"("This trend stands in stark contrast to the emergence of a more shareholder-friendly ecosystem, driven by recent presidential administrations' policies, the retail-investor revolution, and the rise of local activism.")고 평가했다.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점점 주주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고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솔직한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자본시장 정책 변화만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실제 관행이 얼마나 달라질지 불투명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는 가장 먼저 기업 지배구조 문제부터 꼬집었다. 왕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출발점은 소액주주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하는 것"("Improving minority legal protections is the most urgent starting point.")이라며 "그다음으로 자본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해야만 자본수익률이 제고되고 기업 밸류에이션 격차가 좁혀질 것"("Next, tackling capital inefficiency will lift return on capital and narrow valuation gaps.")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자본시장 개혁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으로는 '지속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경험은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혁, 경영·이사진 교육, 정책 영역 간 연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Japan's experience shows that real change requires continuous reinforcement, management·board education, and alignment across policy domains.")고 말했다. 이는 한국 역시 거버넌스 개혁을 단기 이벤트가 아닌, 시장 참여자 전체가 함께 쌓아가는 문화적 변화 측면에서 접근해야만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왕 교수는 향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비롯한 글로벌 경영대 커리큘럼에서 한국 기업의 사례가 점점 더 많이 다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반도체, 전기차 등 기술 부문뿐만 아니라 K팝, K드라마, 게임 등 문화 측면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 중 하나"("Over the last two decades, Korea has been one of the most innovative countries in the world?not only technologically (e.g., semiconductors, EVs, AI) but also culturally (K-pop, K-dramas, gaming.")라고 평가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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