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거주민이 이주하지 않고도 노후 아파트를 신축급으로 탈바꿈시키는 대수선 신사업 '더 뉴 하우스(The New House)'를 공개했다. 기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과 차별화된 세계 최초 '비이주형 리뉴얼' 모델이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노후 단지를 겨냥했다.
"살면서 신축처럼 바꾸는 시대 연다"
현대건설은 6일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갤러리에서 개최한 미디어 쇼케이스 행사에서 '더 뉴 하우스'를 "주거의 영속성을 전제로 한 신개념 주거개선 솔루션"이라고 소개했다.
이 사업은 '살면서 내가 사는 공간을 신축에 버금가게 바꿀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인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은 "기존 아파트 구조체를 그대로 유지한 채 외관 디자인, 조경, 커뮤니티, 첨단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 단지 가치를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주 중 공사가 가능한지,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입주민 동선과 시공 동선을 철저히 분리하고, 최근 발전한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안전한 시공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더 뉴 하우스'는 입주민의 거주 공간을 그대로 둔 채 공용부·외관·커뮤니티·조경 등을 새로 손보는 방식이다. 기존 아파트의 법정 용적률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 주도로, 초과 시에는 주택법에 따라 조합 설립을 거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기존 리모델링보다 빠른 속도와 낮은 비용도 강점이다. 공사 기간은 2년 내외, 가구당 분담금은 1억원 미만을 목표로 한다. 기존 리모델링 분담금이 3억원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최소 3분의 1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하나은행 등과 협력해 구독형 금융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입주민이 장기 분납 형태로 공사비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부담을 크게 줄인 구조다.
시작은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를 첫 시범단지로 선정했다. 준공 18년 차로 외관 노후와 커뮤니티 부족이 지적돼온 단지다. 준공 당시 법정 용적률(270%)을 다 채우지 않아 약 200평의 여유 대지가 있다. 이를 활용해 조경·커뮤니티를 확충하고, 고급 석재와 브론즈 금속을 조합한 입면 디자인으로 외관을 새롭게 바꿀 계획이다.
또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는 지하 선큰(Sunken) 공간을 증축해 커뮤니티 면적을 기존 258평에서 834평으로 확대하고, 피트니스·골프연습장·사우나 등 고급 편의시설을 새로 조성한다. 선큰 공간은 지하층 일부를 지상과 맞닿게 파서 자연 채광과 환기가 이뤄지도록 설계한 반지하형 개방공간을 말한다.
이형덕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도시정비추진실 대수선·리모델링팀장은 "20년가량 된 아파트는 배관 상태가 대체로 양호하다"며 "문제는 노후화된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는 "이 시스템을 현대화해 주거 편의성을 높이고, 배관 보수가 필요한 단지는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해 순차적으로 수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대건설은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와 지난 5월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올해 말 제안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설계안, 공사비, 금융 프로그램을 모두 제시하면 입주민 2분의 1 동의(관리규약 변경)와 3분의 2 동의(공사 착수)를 거쳐 사업이 시작된다. 내년 착수를 목표로 한다.
이후 수원 신명동보아파트 등으로 사업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수원 신명 아파트는 원래 리모델링 사업지였으나 수익성이 떨어져 더뉴하우스로 전환을 협의 중이다.
이 팀장은 "'더 뉴 하우스' 사업을 통해 단지 상품 수준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기존 브랜드를 '힐스테이트'로 전환할 수 있다"며 "다만 현대건설 최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는 입지와 가구 규모, 상품 수준 등 내부 기준이 엄격해 적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용적률 200% 넘는 단지들…재건축 한계 대비한 새 시장 공략
현대건설은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한 리모델링 변형이 아닌 새로운 사업군으로 본다. 재건축·리모델링이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서 '살면서 바꾸는 시장'을 선점해 향후 건설사의 새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지금은 1980년대 준공 아파트가 재건축 시장의 주류지만, 10년 뒤에는 1990년대 고용적률 단지들이 재건축 연한(30년)을 채워 순차적으로 시장에 나온다. 이들 단지는 이미 용적률이 200~250%대에 달해 새로 지어도 일반분양분이 거의 생기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진다. 조합은 분담금이 커 추진이 어렵고, 건설사도 수익을 내기 힘들다. 배관·단열 등 가구 내부 노후가 본격화되기 전 외관과 공용부 중심의 리뉴얼로 단지 가치를 높이는 '중간 단계 개선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이번 사업의 출발점이다. 이 사업이 정착하면 기존 힐스테이트 단지의 브랜드 리뉴얼 수요와 타 브랜드 단지의 외관 개선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
변경현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도시정비추진실장은 "리모델링은 통상 4~5년 걸리지만 '더 뉴 하우스'는 2년 내 마무리돼 회전율이 빠르다"며 "지금은 시장을 여는 단계지만, 현 정비사업들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오히려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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