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송규가 KPGA 투어 데뷔 10년 만에 생애 첫 정상에 도전한다. 유송규가 6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투어챔피언십 in JEJU’ 1라운드에서 공동 1위에 올랐다. 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 ” 성한 곳이 없었다. 플레이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골프채를 놓겠다고 결심한 순간, 어머니께서 다가오셨다. “한 번만 더 해보지 않겠니.” 이를 악물었다.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훈련했다. 체중 감량에도 성공했다. 성적보다 나만을 위한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렇게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 11년차 바로 유송규(우리집보험주치의)의 스토리다.
유송규는 6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 밸리, 테디 코스(파72·7259야드)에서 열린 ‘KPGA 투어챔피언십 in JEJU’(총상금 11억원·우승상금 2억2000만원) 1라운드에서 보기 1개를 기록했지만, 버디를 7개나 쓸어담으며 6언더 66타를 기록했다. 이에 문경준, 박상현과 함께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는 올 시즌 제네시스 포인트 70위 이내 포함된 64명의 선수만 출전한다. 유송규는 18위로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유송규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올 시즌 대상 수상을 확정지은 옥태훈을 필두로 상금왕 경쟁 중인 이태훈, 김백준 등이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유송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갔다. 17번 홀(파3)에서 3야드 파 퍼트를 놓치면서 보기를 범했지만, 전체적으로 꾸준한 샷 감각을 선보였다. 전반 노보기에 버디 3개를 솎아낸 그는 후반에도 버디 4개를 기록하며 첫 날 라운드를 마쳤다. 특히 12번 홀(파4)에서 110야드 세컨드 샷이 홀컵 0.76야드 옆에 떨트리는 장면은 이날의 백미였다.
유송규는 2014년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통과해 2015년부터 KPGA 투어에 데뷔했다. 이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며 중위권에 머물렀고, 결국 2021년 성적 부진으로 시드를 잃었다. 175㎝ 신장에 몸무게 137㎏ 거구였던 유송규는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 시드까지 잃어버리며 은퇴를 결심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설득으로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2022년부터 2년간 2부 투어에서 활동하며 다시 시작했다. 체중 감량에도 성공하며 몸무게를 100㎏대까지 줄였다.
유송규가 6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투어챔피언십 in JEJU’ 1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2023년 11월 QT에서 공동 30위에 올라 1부 투어 시드를 획득했고, 지난해부터 투어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공동 8위가 시즌 최고 성적이었다. 또한 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12위에 오르며 최종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 시즌 한층 성장한 모습이다.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3위에 오르며 2년 연속 좋은 성적을 냈다. 이어 백송홀딩스 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 공동 5위에 올랐고, 지난 10월 KPGA 경북오픈에서도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유송규는 “티샷이 굉장히 잘 돼서 페어웨이 적중률이 높았다. 1번홀(파4)부터 버디로 시작해서 좋은 흐름으로 경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선두로 마무리하게 돼서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시선은 시즌 최종 2개 대회 연속 골프 드라마가 펼쳐지느냐로 쏠린다. 이번 대회 직전 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즈에서는 김재호가 투어 데뷔 17년 만에 생애 첫 정상에 올랐다. 프로야구 스타 김용희 롯데 2군 감독의 아들로 더 유명한 김재호는 210번째 출전한 렉서스 마스터즈에서 우승하며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유송규 역시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서 유송규가 정상에 오르면 투어 데뷔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게 된다. 유송규는 “선두로 마무리했다고 해서 욕심 내거나 성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제주=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