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설 ‘홍명보호’ 승선 명단 중 80%가량은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14일 볼리비아, 18일 가나를 차례로 만나 11월 A매치 2연전은 월드컵 본선 전에 치러지는 마지막 국내 평가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이번에 소집된 선수들은 홍명보 감독이 그리고 있는 ‘본선 정예 멤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번 명단에 오른 27명 중 무려 17명이 앞서 9월, 10월 대표팀에도 선발됐던 선수들이다. 이제는 새 얼굴보다는 각 포지션에서 누가 주전을 차지하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대표팀의 허리를 책임지는 중원엔 이번 11월 A매치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사령관’이라 불리며 가장 입지가 굳건한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6일 황인범이 왼쪽 허벅지 근육 통증을 호소해 선수 보호차원에서 소집에서 제외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황인범의 소속팀 페예노르트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경기를 하루 앞두고 진행한 로빈 판페르시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을 홈페이지에 전하면서 “황인범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감독에 따르면 황인범은 6∼8주 전열에서 이탈한다”고 밝혔다.
조현우 대표팀은 황인범을 대체할 자원을 따로 뽑지는 않고 26명의 선수로 11월 평가전 2경기를 치른다. 황인범의 중원 파트너가 누가 될지 시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 중원은 공격 전개와 중원 조율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황인범이 한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남은 한 자리가 경쟁 체제로 진행 중이다. 홍명보 감독의 애제자인 박용우(알아인)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낙마한 상황에서 백승호(버밍엄시티),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 김진규(전북) 등 경쟁하고 있다. 백승호와 김진규는 공격 전개 능력에서, 카스트로프는 활동량과 투쟁심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골키퍼에는 조현우(울산), 김승규(FC도쿄), 송범근(전북)이 최근 석 달 연속으로 선발된 가운데 조현우와 김승규가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둘은 최근 4차례 A매치에서 번갈아 가며 골키퍼 장갑을 꼈다.
좌우 측면 수비수 자리도 세 달 사이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명재(대전),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이상 왼쪽), 김문환(대전), 설영우(즈베즈다·이상 오른쪽)가 계속 부름을 받았다. 포백 수비라인을 가동하던 홍 감독은 9월 평가전부터 스리백 전술을 본격 테스트하고 있다.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지난 10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스리백의 가운데에 섰던 박진섭(전북)이 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조유민(샤르자), 이한범(미트윌란),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과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이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규
백승호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황희찬(울버햄턴), 이재성(마인츠) 등 쟁쟁한 유럽파가 버티는 공격 2선은 ‘젊은 피’를 점검하고 있다. 국내파로는 유일하게 이동경(울산)이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고, 양민혁(포츠머스), 엄지성(스완지시티)이 북중미행 티켓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8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양민혁이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도 관심이 쏠린다.
옌스 카스트로프 최전방 원톱 자리에는 대표팀의 간판인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과 오현규(헹크)가 이미 홍 감독의 선택을 꾸준히 받아왔고, 1년8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조규성(미트윌란)의 가세가 눈에 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멀티골을 기록하며 ‘깜짝스타’로 떠올랐던 조규성은 무릎 수술에 따른 감염으로 2024~2025시즌을 통으로 날렸다가 올 시즌 그라운드로 복귀해 부활의 나래를 펴고 있다.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조규성이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원톱 세 자리는 이대로 굳혀질 가능성이 크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