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미완의 종부세, 이제는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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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미완의 종부세, 이제는 손봐야

"대통령 직을 걸고 투기를 때려잡겠습니다"


취임 직후인 2003년 4월 국회 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복지 재정을 쏟아부으며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렸고, 갈 곳 없는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들며 강남을 위시한 서울 집값이 거침없이 치솟을 때였다. 노무현 정부는 투기 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명분 아래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 억제에 치중했고 종합부동산세라는 전례없는 세목까지 만들어냈다. 토지공개념을 주장하는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수십차례 연구하는 모임을 거쳐 나왔다고 해서 '종부세=이념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한 채만 가져도 과세 대상이 된다고 해 '강남세'로도 불렸다. 폭탄을 투하하듯 중과세로 투기를 때려잡아야 한다며 '세금폭탄'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종부세가 중산층의 세금으로 변질된 건 문재인 정부 때다. 문재인 대통령은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겠다"며 종부세 칼날을 더 크게 휘둘렀다. 다주택자 최고세율을 높이고 복잡한 누진구조를 만들면서 종부세 부담은 더 무거워졌다. 각종 규제를 총망라한 초강력 억제책은 펜트업 수요로 이어졌고 집값은 보란 듯이 급등세를 이어갔다. 서울 웬만한 30평대 아파트 한 채만 가지고 있어도 과세 대상이 되면서 한때 종부세 납세자가 120만명을 넘기도 했다. 보수 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는 세 부담을 줄어주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다. 그렇게 미완의 종부세는 2005년 신설 이후 21년간 정권 교체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13차례 법령 개정을 거치며 냉온탕을 오갔고, 여전히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한 상태로 남아있다.


두 번의 진보정권 경험으로 학습효과가 생겼다. 지역규제와 대출규제, 이마저도 약발이 다하면 구두경고 후 종부세 폭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생산적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가용한 정책 수단과 역량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보유세 인상을 시사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0억원 아파트에 세금 5000만원 물리면 버틸 수 있겠냐'며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 신호도 내보내고 있다. 관가 안팎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종부세를 중심으로 한 보유세 증세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소득 대비 지나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정상적인 경제활동 흐름을 무너뜨린다. 시장 과열로 정부 규제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집값을 밀어 올리는 투기 세력을 잡겠다는 세금 인상 논리는 진단부터가 잘못됐다.


현재 시중에 풀린 통화량은 M2 기준 4400조원, 사상 최대다. 통화량이 1% 증가하면 집값은 1년 안에 0.9% 오른다. 당분간 돈은 흔하고 집은 귀하다. 금·비트코인·주식 등 모든 자산가치가 뛰면서 자산 인플레이션을 걱정한 서민 중산층들은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취급되는 부동산으로 모여들고 있다. 영끌해서 내 집 마련 하겠다는 이왕이면 오를만한 집을 사겠다는 건 벼락거지를 모면하고 자산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안간힘이다. 이들을 투기꾼 취급하고, 시장감시단을 발족해 세금으로 때려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진보정권은 이같은 오판으로 세금을 수단화했고, 투기 잡는 수단으로 변질된 종부세는 집값 폭등과 시장 왜곡만 불렀다. 이재명 정부가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면, 집값 안정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산 보유세 형평성 차원에서 근본적 개혁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조유진 세종중부취재본부 차장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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