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답은 로또밖에 없어요. 월요일 가게 출근하기 전 복권 사는 게 제 루틴입니다. "
기획 기사 '소자본 창업의 덫'을 취재하며 또래 사장님들과도 농담을 주고받게 됐다. 가게 오픈 전 로또 사러 간다는 말에 "손님 많이 와서 가게 대박 나길 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창업 때 진 빚을 해결하려면 이것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장사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 번화가에 있는 그의 맥줏집은 평수는 작아도 언제나 손님으로 붐빈다. 많이 버는 날은 하루 매출 250만원도 찍는다. 그런데도 살수록 손해를 보는 로또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예비 창업자'로 불리는 초보 사장님들은 인지도가 보장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프랜차이즈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가맹점 교육비, 인테리어비, 원자재나 부자재 물류비에 붙이는 납품 마진(차액가맹금) 등을 걷어간다. 그러나 마진 책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과도하게 마진을 붙여 '갑질'로 작용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가맹점 확대로 중간 이익을 챙기려는 브로커들도 등장한다. 이들은 예비 가맹점주들에게 독이 되는 계약 조항 등은 설명하지 않은 채, 창업 초반부터 각종 가맹비와 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며 유혹한다. 결국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환경은 '창업의 덫'으로 작용하게 된다.
부작용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본사는 점주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고 납득 가능한 수준인지 따져보게 하면 된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빌려주는 고금리 대출은 대부업법으로 가려보면 될 일이다. 이미 관련 대책은 여야를 막론하고 '민생법안'으로 발의돼 있다. 그러나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21대 대선 당시 여야는 겹치게 내놓은 민생 공통 공약을 지키자며 민생 협의체 가동을 약속했으나, 정쟁만 계속돼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정치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현실은 기묘한 방향으로 흐른다. 지난주 언론에는 신촌에서 17년을 장사해온 새마을식당도 경영난으로 폐업한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신촌 터줏대감이었던 사장님은 "경영이 어려워 로또 당첨을 기대했으나 당첨이 안 돼 영업을 종료한다"고 가게 창문에 써 붙였다. '백종원 프랜차이즈' 사장도, 앞서 소개한 맥줏집 사장도 '장사 대박'보다 '로또 당첨'을 바란다.
내가 먹고살 만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500만분의 1보다 낮아서야 되겠는가. 자영업자들이 놓인 산업 생태계를 바꾸지 못하면 확률에 희망을 거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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