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계 인력 육성과 유출 방지, 해외 인재 유치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라는 희대의 사건에 대한 과학계의 분노를 표심으로 확인한 지난 정부는 뒤늦게 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폐지와 예산 증액에 나섰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인재는 키우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도 어렵다. 특히 국가적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과기정통부 산하 정부 출연연구소들의 고민이 깊다. 기업, 학교와 비교해 연구환경이 열악한 데다 대우도 좋다고 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로부터 차세대 기술 개발의 책무를 받은 한 글로벌톱전략 연구단장은 "후배들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상당수 이공계 연구자들이 첫 직장으로 출연연을 택하지만, 그곳에서 꽃을 피우기도 전에 이직을 노린다는 설명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우가 다르다고 한다. 출연연의 연구원으로 있기보다는 대학교수가 낫다고 판단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비슷한 연구를 해도 연구원이라는 직함과 교수라는 직함에서 오는 심리적인 격차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아무리 업적이 뛰어난 연구원이라도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으로는 교수를 따라가기 어렵다. 대우에서도 차이가 난다. 출연연 연구자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해외 출장을 가는 길에 더 큰 벽이 보인다. 교수들은 비즈니스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지만, 출연연 연구자는 저가 항공의 프리미엄 좌석조차 '언감생심'이다.
이런 약점을 파악한 이들은 오히려 중국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및 산하 출연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 출연연 연구자 수백 명이 중국 '천인계획' 관련 메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카이스트(KAIST) 교수 149명이 동일한 메일을 받은 데 이어 출연연까지 중국의 인재 유치 전략이 확장된 것은 중국도 어디가 우리 과학계의 약점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핵심 국가 연구과제를 수행 중인 책임 연구원은 "출연연도 분명히 장점이 있다"고 했다. 당장 실적 압박이 적고 직업 안정성이 높은 만큼 연구 자체에 의미를 두는 이들에게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발전을 위해서는 장점은 키우고 약점은 보완해야 한다. 글로벌톱전략연구단장들이 거액의 연봉을 받고 도전에 나선 것은 상징적인 일이다.
아무리 대우가 좋아진다고 해도 사기가 꺾이면 무용지물이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양자역학'과 '암흑물질'이라는 두 단어를 통해 쏟아진 과학에 대한 폄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과기정통부에 대한 올해 국정감사는 이 두 단어로 인해 '뒤죽박죽'이 됐다. 양자역학 100주년을 맞아 연구에 몰두 중인 물리학자들의 자존심은 어떻게 살릴 것인가. 과학은 진짜 과학자가 풀어야 한다. 정치인, 연구행정가의 몫이 아니다.
과학을 공부하며 개인만이 아닌 국가 발전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기여하려는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는 앞선 사례도 있다. 6일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고(故) 김재관 초대 소장의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고 김재관 초대 소장은 독일 뮌헨공대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에게 일관제철소 건립을 건의한 후 귀국한 대한민국 제1호 유치과학자다.
그는 포항종합제철소 건립과 자동차 산업 육성을 추진하며 G7 급 국가로 부상한 대한민국 제조업의 밑그림을 그렸다. 김 소장이 과학적 지식을 개인의 영달이 아닌 국가를 위해 바친 것이라는 사실은 흉상에 영원히 각인됐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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