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APEC 회의에서 '문화창조산업(Cultural and Creative Industries, CCI)'이 공식 의제로 채택됐다. '번영을 위한 새로운 지평(New Horizons for Prosperity)'이라는 주제 아래, 회원국들은 문화산업이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식재산권 확장의 핵심 동력임을 확인했다. AI(인공지능)·AR(증강현실)·NFT(대체불가능토큰)등 첨단기술이 문화의 창작과 유통을 혁신하고, 또한 예술이 기술과 결합해 국가 경쟁력을 이끄는 창의경제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은 이미 음악과 영화 분야에서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BTS와 블랙핑크, 영화 과 은 단순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넘어, 공감의 서사와 감정의 진폭으로써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이제 그다음 무대는 분명하다. 기술이 아닌 감동으로 세계를 움직일 한국 시각예술의 시대다.
한국에는 이미 세계적 수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가 많다. 서울, 부산, 제주 등지의 대형 전시장은 기술력으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한 세계적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스토리에 있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란 눈부신 영상이 아니라 보편적 감정과 내러티브를 품은 예술이다. 지금 한국의 미디어아트는 양적 확산을 넘어, 세계가 공감할 서사를 담아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프랑스는 그 해답을 일찍이 보여줬다. 파리의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는 고흐, 세잔, 모네 등 예술가들의 삶을 빛과 음악으로 재해석한 몰입형 전시로 전 세계 관람객을 매료시켰다. 그들의 성공 비결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예술가의 생애와 감정이 중심이 된 스토리텔링이었다. 이러한 접근은 프랑스가 예술의 감동을 산업화하는 기반이 됐다. 프랑스는 이 콘텐츠를 세계에 수출하며 예술가의 이야기를 디지털로 재탄생시켜 경제적 가치로 바꿨다. 최근에는 영화배우 톰 행크스와 협업해 몰입형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기술이 감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감동이 기술을 움직이는 구조- 이것이 바로 문화창조산업의 본질이다.
한국에도 세계를 울릴 이야기는 이미 무궁무진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인물들이 있다. 예를 들어 민화 속 호랑이는 용기와 자유, 인간의 본능적 힘을 상징하며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감정의 언어를 지닌다. 이와 함께 여성화가들의 지난한 예술적 여정은 동시대의 공감 키워드로 발전할 수 있다. 그들의 예술은 단지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자기 표현을 위해 싸워온 보편적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영화적 콘텐츠와 기술과 결합할 때, 한국적 감성이 세계의 감동으로 확장될 수 있다.
가장 비근한 예로 최근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K-팝과 판타지, 애니메이션이 결합한 이 콘텐츠는 한국적 정서가 세계 대중문화의 언어로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우리는 이 흥행의 에너지를 시각예술로 이어가야 한다. 한국의 민화, 불화, 산수화, 단청 문양, 그리고 예술가들의 개인 서사는 모두 감동의 원천이자 산업화 가능한 문화 IP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원이 아니라 기획의 창의성이다. 우리는 이미 세계가 부러워하는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구슬을 꿰어낼 스토리텔러와 프로듀서, 그리고 정부의 지속적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는 단기 보조금 형태를 넘어 예술가·기술자·기획자가 협업할 수 있는 콘텐츠랩형 창작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민간 문화기업은 예술을 브랜드 가치로 확장하는 장기적 투자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예술이 경제가 되는 산업, 그것이 바로 미래의 문화창조산업이다.
우리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고전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그 말은 예술이 시간의 제약을 넘어 인간의 존재를 이어간다는 뜻이다. 이제 한국의 예술이 그 말을 실천할 차례다. 기술이 예술의 무대를 확장하고, 예술이 기술에 영혼을 불어넣을 때 ? 한국의 시각예술은 세계인의 감동을 이끄는 문화창조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예술이 산업이 되는 시대, 한국은 이미 그 무한한 가능성을 손에 쥐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구슬을 꿰어낼 창의적 기획과 지속적인 정책의 손길, 그리고 세상을 감동시킬 우리의 이야기뿐이다.
홍지숙 아트토큰 대표·융합콘텐츠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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