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경제와 따로 가는 주가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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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경제와 따로 가는 주가의 역설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올해 초와 비교하면 코스피 상승률은 60%를 웃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잘해야 1%대 초반 정도로 지난해의 2.0%보다 나쁘다. 그런데 주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9.6%가 떨어졌던 코스피가 올해는 세계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경기는 냉랭한데 주식시장은 나쁘지 않은 현실은 경제의 기본 원칙에 역행하는 현상처럼 보인다. 흔히 주가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반영해 움직인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길게 보면 주가는 경기와 같이 움직인다.

우리나라에서 코스피 지수는 명목 GDP와 동행했다.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연평균 5.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코스피는 이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 연평균 6.7%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보면 주식시장은 자주 현실 경제와 동떨어져 움직인다.


우리나라의 과거 사례를 연구한 결과를 봐도 단기 경기변동과 주가의 상관관계는 낮다. 2020년에도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0.7%를 기록했지만, 주식값은 거꾸로 올라서 3월에 1457까지 내려앉았던 코스피는 빠르게 반등해 11월에는 2600까지 뛰었다. 코로나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던 2020년이지만 연간 코스피 상승률은 30%였다. 단기적인 주가의 움직임에는 경기뿐 아니라 국제정세와 규제의 변화는 물론 통화량까지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최근 주가 상승도 물론 배경이 있다. 상법 개정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가 상승의 가장 강력한 동력은 통화정책의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풀린 유동성은 전례가 없는 수준인데, 그런데 또 통화정책 완화가 전망된다. 넘치는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와 주가를 올리면 흔히 말하는 '유동성 장세"가 나타난다.

여기에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지금 국내외 시장에서 주가 상승률이 높은 종목들은 대개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반도체 착시' 현상이 경제 지표와 체감 경기, 경제 상황과 주식시장의 괴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금융시장의 과잉 반응은 원래 일반적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현대 경제학의 마지막 거장으로 불리는 폴 사무엘슨은 생전에 주식시장은 5번의 경기침체 가운데 9번을 예측했다고 했다. 주식시장은 경기의 지표가 아니라는 뜻이다. 주식시장이 전체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역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이 말하는 투자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이다.


최근 증시의 상승세를 우리 경제의 밝은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오지 않을 경기침체를 우려해 주가가 하락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잘못 기대한 호황 때문에 주가가 뛰기도 한다. 현재 주가 상승의 한계는 화려한 실적이 일부 특정 산업의 얘기일 뿐이라는 점이다.


올해보다는 낫다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내년도 그렇게 좋지 않다. 성장률 전망치는 1.8% 정도고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 5년간의 잠재성장률도 같은 수준이다. 실물 경제 성장률을 크게 초과하는 주가 상승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연평균 30% 올랐다. 같은 기간 일본 GDP 성장률은 연평균 5% 수준이었다. 1990년 거품이 붕괴하면서 주가는 그 뒤 20년 동안 80% 넘게 폭락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0월의 전(全)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월보다 하락했다. 주가의 상승은 경기의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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