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시즌 : 35경기 879득점 공격 성공률 43.68%, 공격 효율 30.16%(GS칼텍스 2년차)
2023~2024시즌 : 36경기 886득점 공격 성공률 44.70%, 공격 효율 31.64%(현대건설 1년차)
2024~2025시즌 : 35경기 721득점 공격 성공률 40.93%, 공격 효율 27.59%(현대건설 2년차)
2025~2026시즌 : 6경기 183득점 공격 성공률 44.54%, 공격 효율 33.88%(도로공사 1년차)
[남정훈 기자] 눈썰미 좋은 여자 프로배구 팬이라면 어떤 선수의 기록인지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맞다. 올 시즌 도로공사의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카메룬, 등록명 모마)의 V리그 통산 성적표다. 어느덧 모마는 V리그 5년차로 장수 외국인 선수 대열에 합류했다.
위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듯, 모마는 새 소속팀에서의 첫 시즌에 더 좋은 기록을 보여줬다. V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2021~2022시즌, 모마는 득점과 공격 종합 1위에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V리그 여자부가 셧다운되면서 봄 배구가 열리지 않으면서 GS칼텍스는 3위였지만, 플레이오프를 뛰어보지도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던 시즌이었다. GS칼텍스 2년차에도 모마는 득점 2위, 공격 종합 2위로 최상의 성적을 올리긴 했지만, GS칼텍스와의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다시 트라이아웃 시장에 나온 모마를 데려간 건 현대건설이었다. 의구심 섞인 시선이 있었지만, 모마를 품은 선택은 옳았다. 득점 4위, 공격 종합 3위로 기록은 다소 떨어졌지만, 모마는 흥국생명과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대폭발하며 현대건설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에서의 2년차 시즌은 득점과 효율 모두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이미 모마의 패턴이 읽혔다고 판단한 현대건설 코칭스태프는 모마에게 향하는 토스를 낮고 빠르게 올리는 변화를 시도했지만, 다소 느려도 높게 올려 자신의 타점을 잡는 토스를 선호하는 모마와는 잘 맞지 않았다. 시즌 내내 세터 김다인과 모마의 호흡은 삐걱거렸고, 그 불협화음은 배구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결국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2위는 차지했지만, 봄 배구 첫판인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챔피언 결정전 2연패에 실패했다.
현대건설은 모마와의 동행을 포기했고, 모마는 다시 트라이아웃 시장에 나왔다. 모마의 5년차 시즌을 선택한 건 도로공사였다. 2024~2025시즌 도로공사는 FA 최대어 강소휘를 품었지만, 5위에 그쳤다. 가장 큰 이유는 왼손잡이 아포짓 메렐린 니콜로바(불가리아)의 아쉬운 결정적 때문이었다. 키는 1m84로 다소 작아도 엄청난 파워를 앞세워 상대 블로커들을 무력화시키는 모마는 클러치 상황에서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선수다. 모마를 품은 도로공사는 단숨에 우승후보로 꼽히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역시 새 소속팀에서 첫 시즌을 보내는 모마는 명불허전인 모습이다. 8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의 경기도 모마의 클러치 지배력이 여실히 드러난 한 판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연승을 달리며 순항하던 도로공사는 1,2세트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1,2세트에 다소 잠잠했던 모마가 3세트부터 팀 공격을 이끌면서 도로공사는 제 경기력을 되찾았다. 김종민 감독도 타임아웃을 불러 세터 이윤정에게 “모마한테 공 많이 줘”라며 주문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모마는 3세트에만 혼자 10점을 몰아치며 도로공사의 셧아웃 패배를 막아냈다.
3세트를 따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도로공사는 4세트를 손쉽게 따내면서 승부를 5세트로 끌고갔다. 그리고 5세트는 그야말로 ‘모마 타임’이었다. 듀스 접전까지 이어진 5세트에서 도로공사의 전술은 단순했다. 모마 GO. 현대건설도 알았지만, 막아낼 수 없었다. 모마는 5세트에 팀 공격의 54.55%를 책임지면서 50% 공격성공률로 10점을 올렸다. 도로공사가 5세트에 올린 19점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득점이었다. 더군다나 17-17로 맞선 상황에서 팀 승리를 결정짓는 두 점을 직접 올렸다. 랠리를 끝내는 퀵오픈으로 매치포인트를 만든 모마는 자스티스의 퀵오픈을 혼자 뛰어올라 ‘원맨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길었던 승부를 끝냈다.
이날 모마의 최종 성적표는 블로킹 3개, 서브득점 1개 포함 34점. 공격 성공률은 46.88%였다. 현대건설이 모마 대신 선택한 카리(미국)는 22점, 공격 성공률 37.78%로 모마와의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모마로선 자신과의 동행을 포기한 현대건설과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자신이 적으로 만나면 얼마나 무서운 선수인지를 제대로 증명한 셈이다.
도로공사는 이날 승리로 시즌 개막전 패배 후 5연승을 달리며 승점 13(5승1패)으로 선두에 올랐다. 도로공사는 당초 SEA게임 차출이 유력했던 타나차가 태국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호재에다 모마가 명성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연봉퀸’ 강소휘도 시즌 초반 순항하고 있다. ‘양강’으로 평가받았던 IBK기업은행이 이소영의 시즌아웃 부상으로 휘청거리는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모마가 도로공사의 통합우승을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