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이나 흥행성에서 당대 최강 클래식 조합이 5일 예술의전당,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 관객을 만났다. 높은 기대와 관심만큼 뜨거운 열기로 꽉 찬 콘서트 무대에서 젊은 지휘자는 퍼포먼스로 여겨질 정도로 화려한 지휘로 객석을 매료시켰다. 2010년 영국 그라모폰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빈필 등을 제치고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던 RCO는 그에 걸맞은 연주력을 보여줬다.
클라우스 메켈레가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지휘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제공 1996년생인 메켈레는 현재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휘자 중 한 명이다.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거쳐 2027년부터는 RCO의 수장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RCO의 상임지휘자 자리는 클래식 지휘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다. 메켈레의 선임은 그의 음악적 역량과 해석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5일 예술의전당 공연에서 RCO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키릴 게르스타인 협연)에 이어 본편으로 선보인 곡은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었다. 메켈레는 이 변화무쌍한 곡을 역동적으로 지휘했다. 2악장에서는 스네어 드럼 연주에 맞춰 바순, 오보에, 플루트 등의 관악기가 차례로 독주를 선보이며 듣는 재미를 선사했다. RCO의 미세한 현악기 떨림과 목관 활약이 돋보인 3악장을 지나 갑작스러운 전개로 관객을 집중시킨 4악장, 그리고 이전 악장의 재료들을 모아서 다시 화려하게 분출하는 5악장에 이르기까지 이 작품이 지닌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무대였다. 안정적인 현악 위에서 금관이 분출하는 에너지가 대단한 연주였다.
뜨거운 박수에 메켈레와 RCO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헝가리 만세 폴카’를 앙코르곡으로 연주했다.
6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서 RCO는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다니엘 로자코비치 협연)에 이어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구스타프 말러와 RCO는 특별한 인연을 맺은 사이다. 말러는 1903년부터 1904년까지 RCO를 이끌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자신의 교향곡들을 직접 지휘하곤 했다. 말러 사후 RCO는 빌렘 멩엘베르크의 지휘 아래 말러 작품 연주의 본산이 됐고, 이후 버나르트 하이팅크를 거쳐 오늘날까지 말러 해석의 정통성을 이어오고 있다. 메켈레가 말러 교향곡 5번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레퍼토리 선정이 아니라 RCO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존중이자, 자신이 이어갈 유산에 대한 선언이었다. 이상권 음악평론가는 “메켈레는 말러를 감정의 드라마보다 음향의 구조로 읽었고, 오케스트라의 윤택한 질감이 그 절제를 세련된 품격으로 받쳐줬다”면서도 “다만 지휘자와 악단의 호흡이 완전히 맞물리지는 않았고, 몇몇 대목에서는 해석의 방향을 두고 미묘한 간극이 드러났다”라고 평했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