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한 건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한 직후부터다.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됐던 검토가 윤 대통령 탄핵, 그로 인한 대통령 선거가 이어지면서 노동계 숙원을 이룰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탄핵 이후 사석에서 만났던 민주당 의원은 집권 후 챙겨야 할 과제로 이미 정년연장 문제를 점찍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민주당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특별위원회로 격상한 데 이어 정부 출범 이후 구성된 국정기획위원회에선 정년연장이 123개 주요 추진 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국정기획위는 국정과제 최종보고에서 "사회적 논의 통해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세대 간 상생 방안과 중장년 일자리 지원 패키지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노동자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정치권뿐 아니라 경영계도 공감한다. 수명이 늘어나 소득이 보장될 필요가 있고, 기업 역시 숙련인력이 회사를 떠날 경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더군다나 국민연금 수급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정년을 연장해 소득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의견으로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민주당은 올 연말까지 65세 정년연장 법적 처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최근 밝힌 바 있다. 시기는 유연하게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통상 집권 초기에 지지율이 높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올해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가 설득력을 얻는다.
정년연장 문제는 간단치 않다. 정무적 판단보다 시행에 따른 파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가장 큰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청년고용 부진뿐 아니라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임금감소 없는 정년연장'이 가능한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정년을 늘리면서 신규채용까지 진행하려면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 몫이 될 수밖에 없다. 2017년 정년 60세가 전면 실시됐을 때 당시 정부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바 있다.
정년을 늘리기 위해 임금 체계를 개편해야 하는 문제, 젊은 인력을 덜 뽑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세대 갈등과 대기업·중소기업의 양극화 같은 부작용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경영계는 선택적으로 정년을 늘리는 고용 유연화도 요구한다. 이 문제들을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모두 합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과 노동단체가 한목소리를 외치는 상황에서 경영계 대응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전략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젊은 세대에 호소하는 여론전이 사실상 유일하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우린 청년만 본다"고 했다.
일자리는 변하고 있다. 기업마다 공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인력 효율화가 대세다. 우리 대응에 따라 일자리는 늘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정년연장을 현재의 일자리만 놓고 유불리를 따져선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 나눌 수 있는 파이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통 큰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시간에 얽매이는 여당을 상대로 더 큰 협상카드를 내놓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직 대통령실도 입장을 내놓은 게 없다. 경영계 입장에선 입체적인 전략이 중요해진 연말이 됐다.
최일권 산업IT부장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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