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기금이 수급자 급증과 보험료(기여금) 수입 정체라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하면서 기금 운용의 수익 창출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퇴직 공무원의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 재원의 안정적 확보와 연금 수지 적자 보완이라는 중책을 안고 안정성에 쏠렸던 무게추를 수익성으로 조금씩 옮기고 있다. 오랜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되 단계적인 전략 변화를 시도 중이다.
위기 속 방어력 입증했지만…구조적 적자의 덫
1982년 설립된 공무원연금공단은 재직 공무원의 기여금과 국가 부담금을 재원으로 공무원 퇴직 급여 및 후생 복지 사업을 운영한다. 내는 기여금보다 받는 연금이 많은 구조다 보니 연금 가입자가 꾸준히 늘었고 고령화 심화로 연금 수급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반면 보험료율은 장기간 고정되면서 연금 재정 적자는 만성화됐다. 이로 인해 2002년 일찌감치 기금이 고갈된 공무원연금은 해마다 정부 재정(세금)에 기대 적자를 보전하는 상황이다. 공무원연금 기금의 지난해 말 기준 금융자산 운용 규모는 9조7223억원으로, 다른 국내 연기금 대비 압도적으로 작아 투자 자금도 제한적이다.
이에 공무원연금은 손실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다른 대형 연기금 대비 안정성을 우선하는 운용 기조를 견지해왔다. 오랜 기간 채권, 주식, 대체투자 비중을 1:1:1로 유지하는 보수적 분산투자 원칙을 고수했다. 이런 전략은 시장 호황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로 이어졌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의 중장기자산(채권·주식·대체투자) 수익률은 7.5%로 국민연금(15.0%), 사학연금(11.63%) 대비 열세였다.
시장이 요동칠 때는 보수적 운용의 진가가 발휘되기도 했다. 주식과 채권 시장이 동반 급락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확실성에 휩싸였던 2022년, 공무원연금은 -6.00%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국민연금(-8.22%), 사학연금(-7.75%)보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위기 속 방어력'을 입증한 것이다. 올해 8월 말 기준 자산군별 투자 비중은 채권 24.7%, 주식 28.1%, 대체투자 15.3%, 단기자금 31.9%로 큰 틀은 유지되고 있다.
수익 추구형 전환, 해외주식·대체 강화
그러나 구조적 적자 확대라는 난제를 방어적 운용만으로는 온전히 감당할 수 없었던 공단은 차츰 수익 추구형 투자로의 전환을 선택했다. 핵심 전략은 해외투자 및 대체투자 비중 확대로 요약된다. 국내 자산 대비 높은 성과와 위험 분산 효과가 입증된 해외 시장을 중장기적 핵심 전략 자산으로 낙점한 것이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해외주식 직접 운용 도입이다. 2013년 해외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래 줄곧 외부 위탁에 의존했던 공단은 지난해 6월부터 직접 운용 방식을 적용하며 공격적인 실험에 돌입했다. 그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신규투자액 3153억원으로 현재 28.4%의 수익률과 335억원의 수익을 창출하며 성공적인 연착륙을 알렸다. 공단은 기동성 있는 시장 대응과 운용 성과 개선을 위해 향후 직접 운용 비중을 지속해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직접 운용 확대라는 공격적인 전략을 뒷받침할 투자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 내 해외 투자 전담 인력 규모는 한 자릿수에 불과해, 직접 투자 비중을 늘릴수록 업무 부담 심화 및 전문성 확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운용 조직 정비는 수익 추구형 전환의 선결 과제로 남아있다.
글로벌 투자 기회 선점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해외 연기금과의 제휴를 통한 공동 투자로 가속화되고 있다. 공단은 미국 교직원 연기금(TIAA) 투자자산에 공동으로 참여함으로써 TIAA의 글로벌 딜 소싱 역량을 활용해 연금 기금에 적합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해외 대체투자 자산을 안정적으로 늘리고 투자 정보를 적시에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공단은 지난해 수립한 2025~2029년 자산배분 목표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34%로 설정했다. 공단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근간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1:1:1 분산 원칙을 고수하며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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