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뮤지컬, 이젠 내실 다져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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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뮤지컬, 이젠 내실 다져야 할 때

2025년은 한국 뮤지컬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6월 세계 공연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 쾌거에 견줄 만하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5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3분기까지 뮤지컬 입장권 판매액이 3763억원을 기록한 만큼, 연말에는 5000억원을 소폭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영화 시장과의 경쟁도 현실적인 목표로 다가왔다. 뮤지컬과 달리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영화 입장권 판매액은 지난해 6910억원에 그쳤으며, 올해는 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중성의 측면에서 단순히 입장권 판매액의 격차만큼 뮤지컬이 영화와의 거리를 좁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매출 5000억원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앞둔 지금, 양적 성장뿐 아니라 내실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뮤지컬 시장의 급성장 배경에는 최대 수요층인 20~30대 여성 관객층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같은 작품을 여러 차례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으로서 시장 성장을 이끈 주역이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다. 일부 제작사들이 이들을 겨냥한 작품에만 집중하며 안주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그 결과, 특정 배우의 인기에 기대거나 유사한 내용의 중소극장 작품이 쏟아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 관객층을 확장하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극장용 뮤지컬의 제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12월2일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한복 입은 남자', 6·25 전쟁 중 보도연맹 학살 사건을 다룬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 같은 작품들은 주목할 만하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작품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이는 관객층을 확대하고, 높은 티켓 가격 문제를 완화하는 계기로도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K콘텐츠 매출 300조원, 수출 50조원 달성을 목표로 문화강국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뮤지컬은 이러한 목표를 실현할 잠재력을 지닌 분야다. 국내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해외 진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K뮤지컬 지원 예산을 올해 31억원에서 241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다만 뮤지컬의 저변을 어떻게 넓힐지에 대한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 20~30대 여성에 의존하는 시장을 극복해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영화처럼 문화산업으로 도약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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