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회사서 일하던 벤 그리핀, PGA 투어 시즌 3승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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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회사서 일하던 벤 그리핀, PGA 투어 시즌 3승 ‘인생역전’
벤 그리핀이 약혼자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8년 프로 선수로 전향한 벤 그리핀(29·미국) 2019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에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의 벽은 매우 높았다. 그해 고작 8개 대회에 출전해 6차례 컷탈락할 정도로 부진한 성적을 내 2020년부터는 3부 투어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리핀은 3부 투어에서도 컷탈락을 밥 먹듯 일삼았고 급기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생활고에 시달린 끝에 2021년 골프를 아예 포기, 부동산 담보 대출 회사에 취직해 대출 담당자로 일해야 했다.

하지만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그리핀이 프로 골프 선수의 꿈을 접었다는 사연을 들은 고객들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십시일반 돈을 모아 건넸는데, 그리핀은 이 돈으로 2부 투어 퀄리파잉 스쿨에 응시해 어렵게 다시 필드에 복귀했다.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시절을 잘 견뎌낸 그리핀이 올해에만 3승을 쌓아 톱랭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타급 선수로 도약했다. 그리핀은 10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의 엘카르도날(파72·7452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가을 시리즈’ 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총상금 6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10개를 쓸어 담고 보기는 하나로 막는 맹타를 휘둘러 9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29언더파 259타를 적어낸 그리핀은 채드 레이미(33·미국) 등을 두 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08만달러(약 15억7000만원).

그리핀은 4월 ‘2인 1조’ 대회 취리히 클래식에서 앤드루 노백(미국)과 PGA 투어 데뷔 첫승을 합작했고 5월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 이어 이번 대회를 제패해 올 시즌에만 투어 3승을 달성했다. 올해 PGA 투어에서 3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30·미국·6승), 2위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3승)에 이어 그리핀이 세 번째다.

벤 그리핀. AFP연합뉴스 2부 투어를 거쳐 2022~2023시즌 정규 투어에 데뷔한 그리핀은 이번 시즌 30개 대회에 출전해 24차례 컷을 통과했고 준우승과 공동 4위도 두 차례씩 기록하며 톱10에 12차례 이름을 올리는 빼어난 성적을 냈다. 이번 시즌을 세계 65위로 시작한 그리핀은 이런 성적을 바탕으로 랭킹이 12위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매킬로이와 시즌 3승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그리핀은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살아남아 공동 10위에 올랐다. 또 가을 시리즈 첫 대회인 프로코어 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약 두 달 만에 출전한 대회에서 3승을 일구는 쾌조의 샷감을 선사했다. 앞서 그리핀은 올해 미국과 유럽의 남자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에 처음으로 미국 대표로 출전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벤 그리핀. AFP연합뉴스 그리핀은 경기 뒤 “골프를 그만뒀을 때 신용카드 빚 1만7000달러(약 2500만원)가 있었고 부모가 월세와 생활비를 도와주고 있었다”며 “다시 돌아올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 정말 감사하다. 타이거 우즈가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 그냥 만족하지 않고 나도 위대해지기 위해 계속 열심히 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핀은 이날 우승 상금을 더해 현재까지 통산 상금 1844만7238달러(약 268억원)를 벌어들였다.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그리핀은 8~12번 홀에서 신들린 5개 홀 연속 버디쇼를 펼치며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어 16번 홀(파3)과 18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우승 자축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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