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빈. 사진=KOVO 제공 실업 시대의 끝을 고하고 프로배구 출범을 알린 2005년. 전국 배구장은 시작의 설렘과 젊음의 활기로 들끓었다. 20년의 묵직한 세월이 지났다. 그때의 스무살은 오늘날의 전설이 됐고, 그해 태어난 ‘V리그둥이’는 선배들이 밟던 코트를 누비는 당당한 스무살로 성장했다. 긴 시간이 담긴 ‘20’의 숫자에는 세대 간의 다리도 함께 놓아졌다. 그 위를 오가는 선후배의 따뜻한 사랑과 존중을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조명했다.
지난 4월14일, V리그 시상식에서는 특별한 상이 주인들을 찾아갔다. 바로 V리그 20주년 역대 베스트7이었다. 불멸의 발자취를 남긴 레전드들의 이름이 역사에 새겨졌고, 그 모습을 2005년생의 풋풋한 새싹들이 지켜봤다.
성취감과 동경이 뒤엉킨 ‘20’의 숫자를 사이에 두고 여자배구 신구 미들블로커들이 눈을 마주했다. 황금기의 주역 양효진(현대건설)과 2023~2024시즌 신인왕에 빛나는 김세빈(한국도로공사)이다.
20주년 베스트7 선정에 대해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그만큼 배구가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역사 속에 이름이 조금이라도 남아 뜻깊다”고 웃은 양효진은 “(김)세빈이는 블로킹 손모양이 정말 좋다. 앞으로도 성장할 여지가 많은 선수다. 지금처럼 자신있게, 즐기면서 배구했으면 한다”고 엄지를 세웠다.
또 “세빈이를 비롯한 후배들 모두에게 꾸준함이 힘이라는 걸 전하고 싶다. 스스로를 믿고 버틴 시간이 결국 빛을 발하더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한국 배구의 다음 20년을 더 멋지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현대건설 양효진이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김세빈도 함박웃음으로 화답했다. “효진 선배님은 어렸을 때부터 존경하던 선수다. 프로가 돼 코트에서 처음 마주했던 순간의 떨림이 생생하다”며 “너무 큰 영광이다. 더 많이 성장해서 선배님처럼 존경받는 선수가 되겠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이어 “내가 태어난 해에 V리그가 시작됐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동갑내기로 20주년을 함께 맞이했다는 건 나에게 큰 의미”라며 “어릴 때부터 항상 ‘저 자리에서 뛰고 싶다’고 생각했고, 정말 이렇게 코트 위에 서있다. 이대로 꾸준히 활약해 다음 20년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미소 지었다.
남자부에도 특별한 ‘20’으로 묶인 둘이 있다. 내로라하는 토종 거포 박철우 우리카드 코치와 차세대 공격수 이우진(삼성화재)이다. 국내 선수 역대 최다 득점(6623점) 기록 보유자인 박 코치는 올 시즌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우진은 고교 선수 최초 유럽 무대 직행으로 선진 배구를 경험한 후, 올해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마침 박 코치는 2010년대 삼성화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박철우 우리카드 코치가 경기 전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박 코치는 이우진에게 “정말 축하한다. V리그에서 성장해서 언젠가 또 큰 무대에 도전해 한국배구를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이어 “새출발하는 모든 후배도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꿈을 이룬 것이 아니라 첫발을 내디디는 시작이다. 더 많은 피, 땀, 눈물이 필요하다. 잠깐의 성공보다 최고를 꿈꾸는 선수들이 됐으면 한다. 그 노력이 쌓인다면 20년 후 분명 최고의 선수들이 될 것”이라는 따뜻한 한마디를 전했다.
훗날 박 코치와 같은 전설적인 공격수를 꿈꾸는 이우진은 “어렸을 때부터 박 코치님의 선수 시절 경기를 보면서 배구의 꿈을 키웠다. 이렇게 나를 좋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이제서야 V리그에 데뷔했다. 박 코치님 같은 전설로 성장해서 앞으로는 어린 후배들이 제 경기를 보고 배구의 꿈을 키울 수 있게 하고 싶다. V리그의 다음 20년을 책임지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우진이 지난 2025~2026 KOV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삼성화재에 지명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