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F학점.' 올해 국정감사에 대한 대체적인 성적표다.
국감 초반부터 "한심한 XX", "옥상으로 따라와" 등 철 지난 영화에서 본 듯한 반말과 욕설을 주고받더니, 국감 끝 무렵에는 프로레슬링에서나 볼법한 배치기 사건까지 벌어졌다. 정책 질의보다는 자극적인 언사만 유튜브 영상으로 남아 두고두고 회자된다. 1987년 6월 시민들이 '호헌철폐,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외쳐 가까스로 되찾은 민주화의 산물 중 하나인 국감이 올해도 정쟁만 하다 끝났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에 따르면 2019년 국정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국회 상임위원회는 전체 17곳 중 12곳(70.6%)이었으나 2023년에는 6곳(35.3%)으로 감소했다.
정부·공공기관도 국감을 '하루 정도 매 맞는 날'로 인식하는 게 현실이다. 2023년 국감 이후 피감기관 793곳 중 130곳(16.4%)만 국감 시정처리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런 자세는 캄보디아 사태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국감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김성훈·김건 의원이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태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지만, 정부의 개선 노력은 뒤따르지 않았고 결국 사태를 막지 못했다.
이런 국감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시민단체와 학계는 상시 감사 기능을 강화한 영국·일본 사례나, 정부의 시정사항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미국의 의회 직속 정보·수사기관 회계감사원(GAO)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국회의원들도 새로운 국회가 출범할 때마다 "벼락치기식 감사 방식을 고쳐 국정 통제 기능을 강화하자"며 연중 상시 감사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내놓는 게 하나의 관례가 됐다. 하지만 '국회 내 상시 감독기관을 두기에는 인력이 모자라고, 감사원과 기능이 겹친다', '영국·일본 같은 의원내각제 국가와 상황이 다르고, 의원과 보좌진의 업무강도가 과부하 된다'는 반론에 부딪히면서 본회의에 올라가지도 않은 채 폐기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럴듯한 반론처럼 보이지만, 사실 핑계 아닌가.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입법권을 통해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국민들이 뽑아준 국회의원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을 인용하자면 '태도가 리더십'이다. 한국형 국감의 더 나은 모델에 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민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 전당인 국회를 지켜낸 지 1년도 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국감이 낙제점이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국감 무용론에 관한 비관의 사슬을 끊어내겠다는 절박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에 힘을 실어줬던 국민에 관한 예의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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