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스토리]'외풍' 못 막은 정성호 장관·노만석 총장대행 사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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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스토리]'외풍' 못 막은 정성호 장관·노만석 총장대행 사퇴해야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검찰이 끝내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후폭풍이 거세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나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등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검찰의 구형에 턱없이 못 미치는 형을 선고받았고, 검찰이 산정한 추징액 7814억원의 불과 6%(473억원)만 인정됐지만,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10일 해명에 나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두 사람은 오히려 검찰 구형보다 더 많은 형을 선고받았다"며 양형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가 각각 검찰의 구형보다 1년씩 높은 형을 선고받은 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협조한 두 사람에 대한 구형 자체가 죄질에 비해 다소 낮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구형이 가장 높았던 김씨(징역 12년, 추징금 6112억원)의 경우 징역 8년에 구형 추징액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추징금 428억원이 선고됐고, 그다음 구형이 높았던 정 회계사(징역 10년, 추징금 647억원)는 구형 형량의 절반밖에 안 되는 징역 5년에 추징금 0원이, 남 변호사(징역 7년, 추징금 1011억원)에게는 징역 4년에 추징금 0원이 선고됐다. 5명 중 2명의 선고형이 구형보다 높다는 게 항소를 포기할 사유란 말인가.


항소 포기로 7000억원대 범죄수익을 환수할 길이 막혀버렸다는 지적에 정 장관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규정돼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소송에서 입증해 받을 수 있다"고 반박한 것 역시 '범죄수익은 끝까지 추적해 환수한다'는 법무부 정책에 반하는 것은 물론, 불과 20일 전 자신이 밝힌 입장과도 완전히 모순된다.


지난달 22일 정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현행 형사제도 아래서는 신속하게 범죄수익을 몰수하여 피해자에게 돌려주는데 큰 한계가 있습니다"라며 "현 제도상,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이 있어야만 범죄수익 환수와 피해자 환부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정 장관 스스로 형사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나와야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나 피해자에게로의 환부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말을 바꾼 셈이다. 재판부조차 이 사건의 피해 재산은 민사소송 절차를 통한 피해 회복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무엇보다 검찰로서는 대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시 피고인들이 배임 행위로 얻은 구체적 이득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법상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1심 법원의 판단을 2심에서 다퉈 볼 필요가 있었다. 사건의 중요성이나 그동안의 전례에 비춰 봐도 당연히 항소했어야 할 사건이다. 변호사 출신인 정 장관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대장동 사건이나 대북송금 사건이나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을 표적 삼은 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의원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정 장관이 이번 재판에 대해 "성공한 수사 또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정 장관은 '검찰의 대장동 수사나 법원의 유죄 판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강성파들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검찰의 '성공한 수사'라고 하면서도 당연히 항소해야 할 사건의 항소를 막은 자신을 변명하려다 보니 발언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항소 포기 과정을 묻는 한 언론사의 취재에 "아는 바가 없다"고 답변한 것도, 해명 기자회견에서 끝까지 '항소 포기를 지시한 것은 아니고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했다'고 얘기한 것도 그 역시 이번 항소 포기가 부당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느껴진다. 관련 법령상 총장에 대한 장관의 수사지휘는 서면으로 하게 돼 있지만, 수사팀과 서울중앙지검장, 총장 대행의 일치된 항소 입장을 번복시켰다면 그게 수사지휘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 재판은 현재 중단돼 있는 이 대통령의 재판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례적인 선택은 피해야 했다. 검찰청 폐지나 수사·기소 분리 추진 속도에 대해 민주당과 이견을 보였다가 입장을 번복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검찰청법상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찰에 대한 정치적 외풍을 막지 못하고 본인의 양심에 반하는 지휘를 한 책임은 정 장관 스스로 져야 한다.


정 장관보다 더 납득이 안 가는 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의 처신이다.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실이나 정부 여당과 검찰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자리인 것과는 달리, 검찰총장은 정치권의 외압을 온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자리다. 소신껏 항소하지 못하고 사표를 던진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도 무책임하지만, 법무부 차원의 항소 포기 압박이 있었음을 시인하면서도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검찰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나 용산, 법무부와의 관계를 생각해 따라야 했다"며 끝까지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려는 노 대행의 태도는 '왜 검찰청이 폐지 위기까지 몰렸는지' 납득이 가게 만든다.


일부 친여 성향의 검사들을 제외한 전국의 검사장들과 지청장, 검사들이 한목소리로 노 대행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검찰 역사상 이렇게 많은 검사들로부터 동시에 사퇴 압박을 받은 총장은 없었다. 검찰의 수장으로서 외압에 굴복해, 해선 안 될 지시를 내린 총장 대행은 사퇴 외엔 답이 없다.


이번 일로 인해 이 대통령은 장차 다가올 대장동 재판에서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반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하는 일련의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진정성은 심각하게 의심받게 됐다. 지금도 이 모양인데, 검찰청이 폐지되고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신설되면 이 대통령이 임명한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장은, 과연 정치권의 외압을 막아줄 수 있을까?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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