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조선통신사 궤적을 따라오면서, 옛날에도 이렇게 협력해서 대이동을 하고 환영을 해줬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대단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11일 오전 일본 도쿄 도심 시바공원. 외교부가 주최한 ‘자전거 신(新) 조선통신사’ 대장정에 참여해 17일간의 여정을 마친 사사키 리코(24·여)씨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자 함께 완주한 한국인 언니들이 그를 꼭 안고 토닥여 줬다. 30명의 양국 참가자 중 속도가 가장 느려 “모두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했다”는 그는 “동료들이 매일 등을 밀어주고, ‘끝까지 할 수 있다’며 매 순간 격려해 줬다. 제겐 그게 가장 기쁜 추억”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주최 ‘자전거 신조선통신사’ 대장정에 참여해 서울에서부터 17일간 한·일 양국을 자전거로 달린 참가자들이 11일 오전 종착지인 도쿄 시바공원에서 양국 국기를 펴 보이며 완주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번 행사는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자전거가 취미인 양국 시민들을 모집, 한·일 친선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 이동 경로를 따라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출발해 충주, 경주를 거쳐 부산까지 페달을 밟았고, 일본에 들어와서는 오사카, 교토, 나고야를 거쳐 이날 도쿄에 도착했다. 총 2000㎞ 구간 중 배나 차량을 이용한 구간을 제외하고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 780㎞를 넘었다.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프리랜서 이진원(54)씨는 “속도를 맞춰주고 기다려주기도 하면서 고된 여정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시즈오카 세이켄지(靑見寺) 등 조선통신사들이 묵으며 글씨와 시 등을 남겼던 곳들을 들르며 왔는데, 일본이 450년 조선통신사 역사를 잘 보존하고 있는 걸 보고 기뻤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을 처음 가봤다는 사사키씨는 “한국은 경치도 아름답고 도로도 깨끗해서 최고였다”며 “주최 측에 적극적·직접적으로 의견을 내는 한국인 참가자들을 보면서 양국의 성격 차이도 느꼈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도쿄 한 호텔에서 이혁 주일 한국대사, 주호영 한일의원연맹 회장, 누카가 후쿠시로 일본 중의원(하원) 의장, 시마다 도모아키 외무성 정무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도쿄=글·사진 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