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새 시장 조란 맘다니가 화제다. 세계 자본주의 심장에 ‘민주사회주의자’ 수장이라니. 미국의 정치단체 ‘민주사회주의자들(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DAS)’은 모순된 두 단어의 조합에서 전자(‘민주’)보다 후자(‘사회주의’)에 방점이 찍힌다. 월가가 맘다니 낙선운동 모금단체까지 결성했던 이유다.
이런 맘다니에게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맘다니가 디트로이트를 회생시킨 마이크 더건 시장에게 조언을 구했으면 좋겠다”
더건이 누구길래. 시간은 근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초,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초보 시장 더건은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입니다. 디트로이트의 부활을 돕고 싶습니다. ” “무슨 말씀인지요?” “디트로이트를 살리는데 2억달러를 투자하겠습니다. 다시 디트로이트를 사람 사는 도시로 만들어 보시죠.”
미국 북동부 5대호 주변은 당초 ‘팩토리 벨트(Factory Belt)’였다.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제조업 중심지였고, 디트로이트는 그 핵심이었다. 1970년대 이후 민주당 주정부의 퍼주기 정책에 따른 고비용 구조와 제조업 쇠퇴로 인구가 줄고 범죄율이 치솟았다. 기업들은 떠났다. 시설은 녹슬었다. 그렇게 ‘러스트 벨트(Rust Belt)’가 됐다. 급기야 2013년 디트로이트는 파산했다. 더건은 파산한 시의 수장으로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참이다. 돈과 실력을 겸비한 월가 황제의 손길을 마다할 이유가 있나.
다이먼의 JP모건은 디트로이트 재건에 올인했다. 도심재생에 대규모 부동산PF 투자를 단행했고, 중소기업과 카페, 레스토랑, 서점 등 문화시설에 대출을 집중했다. 태동하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이른바 ‘디트로이트 투자(Invested In Detroit)’ 프로젝트다.
월가 황제의 판단은 옳았다. JP모건의 지원을 받은 3000개 이상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살아났고, 타 도시의 기업들까지 유입됐다. 떠났던 백인 중산층들도 돌아왔다. 지난해 디트로이트의 신용등급은 파산 후 처음으로 투자등급으로 올라섰다. 시 예산은 11년 연속 흑자행진중이다. 이 과정에서 더건은 균형을 잘 잡았다. 프로젝트의 수혜가 여성과 저임금 일자리까지 퍼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시정을 운영했다. 성향이 다른 공화당 출신 미시건 주지사 릭 스나이더와 손발도 잘 맞춰 투자 효과를 극대화했다. JP모건은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투자금의 100배가 넘는 예금을 유치하는 실리도 챙겼다. 시카고, 워싱턴DC, 뉴올리언스 등 미국 전역에 디트로이트 모델 적용을 고민하는 이유다.
정부가 권유하는 ‘생산적 금융’ 실행을 위해 4대 금융그룹이 각각 80조~110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내놓았다. 용처를 짜내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는 후문이다. 등떠밀려 될 일이 아니다. 디트로이트 프로젝트는 지역 살리기, 중기·소상공인 지원, 실업 해소 등 생산적 금융의 종합세트다. 한국에도 ‘디트로이트’는 널려 있다. 다이먼은 "우리는 1년에 3,4개 지역을 디트로이트처럼, 그리고 또다른 10개 지역을 디트로이트와 비슷하게 재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십자말풀이 풀고, 시사경제 마스터 도전!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