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 수상자 13일 발표…다저스 WS 2연패 이끈 야마모토, 2019년 류현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투수로 1위표 획득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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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영상 수상자 13일 발표…다저스 WS 2연패 이끈 야마모토, 2019년 류현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투수로 1위표 획득 가능할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은 아시아 투수들에겐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1956년 제정된 사이영상은 메이저리그 통산 511승을 올린 전설적인 투수 사이 영의 이름을 딴 상으로, 그가 사망한 1955년 이후부터 시작됐다. 1956년부터 1966년까지는 메이저리그 전체 통틀어 1명에게 수여했지만, 1967년부터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까지 총 2명의 투수에게 수여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MLB 사무국은 13일 양대리그 사이영상 주인공을 발표한다.

1990년대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토네이도’ 노모 히데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뛰어난 아시아 출신 투수들이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지만, 사이영상 수상자는 없었다. ‘야구 천재’ 스즈키 이치로가 2001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 석권하는 등의 영예를 안은 적은 있지만, 사이영상은 아시아 선수들에겐 허용되지 않는, ‘그림의 떡’이었다.
아시아 선수가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표를 얻은 것도 2019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뛰던 류현진이 처음이었다. 류현진은 그해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로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고,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표 딱 1장을 받아 총점 88점으로 2위에 올랐다. 그해 수상자는 1위표 29장을 싹쓸이한 11승8패 평균자책점 2.43의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였다. 승수와 평균자책점에선 류현진이 앞섰으나 디그롬이 이닝에서 204이닝으로 182.2이닝에 그친 류현진보다 20이닝 이상 더 던졌고, 탈삼진(255-163) 등 세부지표에서 더 앞서며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류현진 이후 사이영상 1위표를 받을 수 있는 아시아 투수가 탄생할 전망이다. 그 주인공은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끈 야마모토 요시노부다. 야마모토는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리츠), 크리스토퍼 산체스(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사이영상은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의 투표로 수상자를 뽑는다. 투표권을 가진 BBWAA 회원은 총 5명의 후보에게 표를 행사할 수 있다. 1위는 7점, 2위는 4점, 3위는 3점, 4위는 2점, 5위는 1점을 받으며 총점이 가장 높은 후보가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사진=AP연합뉴스 다저스의 2연패로 끝난 이번 월드시리즈는 그야말로 야마모토의 원맨쇼였다. 야마모토는 2차전과 6차전에 선발 등판해 2승을 따냈고, 6차전 바로 다음날 열린 7차전에서 구원 등판해 2.2이닝을 던져 구원승을 따내는 등 혼자 3승을 책임지며 월드시리즈 MVP를 따냈다. 아시아 선수의 월드시리즈 MVP 수상은 2009년 마쓰이 히데키(당시 뉴욕 양키스) 이후 두 번째다.

다만 월드시리즈에서의 투혼과 역투는 사이영상 수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표가 이미 정규시즌 종료 후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퍼시픽리그 투수 4관왕을 3년 연속 차지하며 열도를 평정한 야마모토는 지난해 빅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공 1개도 던지지 않은 투수에게 다저스는 역대 투수 최대규모 계약인 12년 3억2500만달러의 계약을 안겼다. 그런 다저스의 기대에 부응해 야마모토는 2년차인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73.2이닝을 소화하며 12승8패 평균자책점 2.49, 탈삼진 201개를 잡아냈다. 몸값을 충분히 해낸 성적이다.
다만 야마모토가 사이영상을 수상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폴 스킨스의 존재감이 워낙 대단하기 때문이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피츠버그의 지명을 받은 스킨스는 지난해 시즌 도중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고, 11승3패 평균자책점 1.96을 기록하며 단숨에 최정상급 에이스로 도약했다. 신인왕은 당연히 스킨스의 차지였고,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3위에 올랐다.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낸 올해, 스킨스는 32경기에 선발등판해 187.2이닝을 소화하며 10승10패 평균자책범 1.97, 탈삼진 216개를 솎아냈다. 피츠버그가 워낙 약팀이라 승수가 10승에 불과한 게 아쉽지만,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스킨스다.

최근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승수보다는 세부지표를 더 중시하기에 스킨스가 1위표 30장을 모두 독식하는 만장일치 수상도 가능하다. 야마모토로선 1위표를 한 장이라도 뺏어오는 게 목표다.
아메리칸리그는 지난해 수상자인 타이릭 스쿠벌의 2연패가 유력하다. 지난해 192이닝 18승4패 평균자책점 2.39, 탈삼진 228개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스쿠벌은 올해에도 195.1이닝 13승6패 평균자책점 2.21, 탈삼진 241개로 한층 더 향상된 성적을 올렸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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