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넉달 가량 온스 당 3200~3500달러 박스권에서 움직임을 보이던 금값이 최근 3600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5일 LS증권은 '금(Gold), 유럽 재정 위기 반영, 신고가 랠리' 보고서를 통해 최근 금값 상승 이유를 분석했다.
금값 상승 이유 1. 프랑스 재정 위기
1차적 요인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재정 불안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이다. 2011년 유로존 재정 위기 당시에도 금 가격의 단기 상승이 있었다. 하지만 홍성기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얼핏 주요국 재정 위기가 금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으나,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 다른 모습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이탈리아와 영국의 국채 금리 발작 사태가 대표적이다. 2022년 7월 이탈리아 드라기 총리 사임 후 9월 총선에서 당선된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에 대해 시장에서는 EU 탈퇴 의견과 파시즘 성향으로 인해 정치적 우려가 컸다. 이에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두 달간 180bps 급등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도 리즈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 발표로 국채 10년물 금리가 두 달간 260bps나 급등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금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며 재정 위기에 반응하지 않았다.
금값 상승 이유 2. 금ETF 통한 자금 유입
유럽 재정 위기 우려에 더해 각종 경제지표에서 보이는 불안 요인이 금값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용 지표 악화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 더해,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값에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한 미국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자 금 ETF를 통한 자금 유입도 금값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자금과 금리 요인이 반영돼 금값 예측 모델에 따른 회귀값이 작년 말 이후 처음으로 실제값보다 높아졌다. 이론상 저평가 구간이란 뜻이다. 하지만 최근 금값 상승으로 저평가가 해소되고 있다.
"불안 요인 곳곳에…장기적으론 금 보유해야"
LS증권은 유럽 재정 위기에 의한 단기적인 추가 상승 동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정치적 불안 요인이 문제다. 당장 다음주 프랑스에서 있을 총리 신임 투표가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ed) 위원의 구성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리스크다. 1970년대 초반 닉슨 대통령은 당시 연준 의장 아서 번즈에 무리한 확장적 통화정책을 요구했고, 이는 결국 1970년대 두차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한 바 있다. 연준의 독립성 위기는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야기해,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홍성기 애널리스트는 "코로나 시기부터 자산 시장에서 채권과 주식 간 다변화 효과가 거의 없어졌고, 이는 공급 충격에 의한 인플레이션과 제도적 신뢰 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자산 포트폴리오 내에서 금의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금을 보유해야 할 이유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