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고 있다. 시장의 불안한 시선과 달리 뚜껑을 열어본 실적은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다수 기업이 이익 성장세로 돌아서며,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조함을 입증했다. 이번 성장의 핵심 동력은 단연 인공지능(AI)이다. 고무적인 점은 AI 성장의 열기가 소수 기술주를 넘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실적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웃돈 기업의 비율이다. 바클레이즈 리서치에 따르면 이번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최근 16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환경 속에서도 기업들이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의 체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회복세는 대형 기술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임금 상승과 자금 조달 부담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중소형주들도 이익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가 관세 부담을 예상보다 빠르게 줄이면서 주가가 급등한 사례는 상징적이다. 무역 불확실성과 같은 거시적 악재가 시장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생각보다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양과 질을 동시에 주도하는 분야는 기술, 특히 AI다. S&P 600 중소형주 지수에서 기술주의 순이익 비중은 10%에 불과하지만, 전체 이익 증가 기여도는 절반을 웃돈다. 이는 AI가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생산성과 이익 개선을 이끌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나스닥 100 지수에서 기술주의 비중은 54%에 달하며, AI 관련 투자와 수요가 실질적인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난주 시장은 AI 기대의 이면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AI 관련주가 단기 급락하면서 나스닥이 크게 흔들렸고, 'AI 버블' 논란이 재점화됐다.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이지만, 고평가에 대한 경계심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국내에서도 반도체와 AI 장비주를 중심으로 차익 매물이 쏟아졌고, 코스닥 지수가 2% 이상 하락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이 미국을 넘어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도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소수 거대 기술주에 대한 과도한 집중이 시장 왜곡을 낳는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는 이러한 시각을 일부 완화시킨다. 과거에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이제는 실제 이익이 주가를 따라잡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S&P 500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하며, 이익 기여도 역시 비슷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상위 5개 기업의 경우 이익 증가율이 주가 상승률을 앞서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주가수익비율(PER) 등 밸류에이션 지표는 오히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AI가 단순히 주식시장 내 기대감에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 전반에 막대한 투자를 촉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이후 AI 관련 설비투자는 GDP 대비 약 0.9%포인트 증가했으며, 이는 약 2700억 달러, 한화로 370조 원 규모에 달한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입되는 자금은 한때 미국 경제의 상징이었던 오피스 건설 지출 규모와 맞먹는다. 일부 전망은 2025년 상반기 미국 GDP 성장 기여도의 90% 이상이 AI 관련 투자에서 나올 것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기술 투자는 초기에는 비용으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산성 향상이라는 실질적 결실로 이어졌다. 철도, 전기, 인터넷 혁명 모두 그러했다. 인터넷 혁명만 보더라도 이후 10년간 미국 GDP를 기존 추세보다 15% 이상 끌어올렸다. 현재 AI 투자는 GDP 대비 비중으로 볼 때 인터넷 혁명 초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미국의 30조 달러 규모 경제에서 AI가 생산성을 단 10%만 높여도 3조 달러의 추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번 3분기의 '깜짝 실적'은 AI 투자가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 이미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있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임을 보여준다.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기술 혁신이 이끄는 새로운 성장 사이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박성규 미국 윌래밋대 교수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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