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해군 UH-60 블랙호크 헬기를 타고 30여분 간 비행한 후 도착한 경북 포항 동쪽 방면 70㎞ 해상. 1.5~2.0m 파도가 이는 가운데 해군 기동함대의 첫 함대급 훈련이 진행됐다. 직접 서애류성룡함 함미 수직발사기관(VLS) 갑판에 올라 목격한 함대기동훈련은 장관이었다. 선두엔 서애류성룡함이 서고, 좌우로 각기 정조대왕함과 율곡이이함, 구축함 2척이 위치하고 중앙에는 군수지원함 천지·대봉함이 자리한 진형이다. 함대는 거리를 약 270m까지 좁히며 수준급 기동을 뽐냈다.
이번 훈련에 참여한 이지스 구축함은 정조대왕함(DDG-II·8200t급), 율곡이이함·서애류성룡함(DDG-I·7600t급) 등 모두 3척이었다. 이지스함 3척이 동원된 함대급 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동함대는 우리 해군이 보유한 구축함 13척 중 정조대왕급 구축함 1척, 세종대왕급 구축함 3척, 충무공이순신급(DDH-II) 6척 등 10척을 보유한 주력부대다.
기동함대가 보유한 이들 이지스함은 1000㎞ 범위에서 20여개 동시 표적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세종대왕급·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은 SM-2 함대공 미사일, 해성-Ⅱ함대지 순항미사일 등을 탑재했다.
하지만 기동함대 창설에만 안주하기에는 이르다. 인접세력의 해군력 확대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북한도 최근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최현급(5000t급 추정) 구축함 2척을 건조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디젤 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확보하는 한편 원자력잠수함도 건조 중이다. 중국도 미 해군에 필적하는 해군력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해군의 전력 확보는 다소 지연되는 분위기다. 해군은 2030년대 중반까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6척을 건조해 전력화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후엔 한국형 유·무인전력모함(MuM-T Carrier), 원자력잠수함을 도입해 기동함대 전력을 보강할 계획도 세웠지만 어느 것 하나 아직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기동함대의 핵심 전력이 될 KDDX는 2년 전 기본설계가 끝났지만 아직까지 사업자 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기동함대 부대 마크에 새겨진 거북선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전장을 바꿀 새로운 무기체계였다. 이순신 장군이 23전 23승 신화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한발 앞선 무기 개발과 철저한 대비 태세였다. 우리 기동함대가 미래 인접 세력의 해군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무기체계를 둘러싼 밥그릇 다툼에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무기체계 개발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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