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5년 전 美 '사회주의' 열풍 예측한 피터 틸의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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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5년 전 美 '사회주의' 열풍 예측한 피터 틸의 메일

페이팔·팔란티어 창업자 피터 틸이 2020년에 쓴 이메일이 화제다. 그는 젊은 세대가 자본주의에서 등을 돌릴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이는 '민주사회주의자' 정치 신인 조란 맘다니(34)의 뉴욕시장 당선으로 현실이 됐다.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에서 일어난 변화에 틸의 통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틸은 마크 저커버그 등 페이스북(현 메타) 경영진에게 보낸 메일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70%가 자신을 사회주의 지지자라 말할 때 단순히 그들이 어리석다거나, 권리의식만 강하다거나, 세뇌됐다고 치부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왜 그런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돌아선 이유로 세대 간 계약이 깨졌다는 점을 짚으며 과도한 학자금 대출과 주거비 문제 등을 지적했다.


맘다니의 당선으로 5년 전 메일이 회자되자 틸은 이달 초 프리 프레스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또다시 세대 간 경제 불평등 문제가 젊은 세대를 사회주의자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부모 세대에선 '열심히 일하면 잘산다'는 공식이 당연했지만, 자녀 세대에선 막대한 학자금과 집값 폭등 등으로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고 진단했다. 부모 세대가 자녀에게 품었던 기대와 자녀의 현실 사이의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존 정치권은 이를 외면했다고도 했다. 틸은 "맘다니의 사회주의를 싫어한다"면서도 "자본주의가 뉴욕시의 많은 사람과 젊은이들에게 작동하지 않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국 사회의 모습도 뉴욕과 닮아 있다. 극우화된 이대남들, 페미니즘에 열광하는 젊은 여성들, 시장에서 이탈한 쉬었음 청년들은 단순히 철없는 요즘 애들로 치부된다. 취업난, 불평등 등 '열심히 일하면 잘산다'는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사회에 좌절한 청년들의 분노는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판 맘다니가 등장하긴 어려울 수 있다. 또 맘다니식 정책이 해결책이 될 가능성도 작다. 미국에서도 맘다니의 '공짜 교통' 공약은 당선 5일 만에 같은 당 주지사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맘다니가 그간 정치권에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문제를 가시화했고, 유권자를 결집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


틸이 인터뷰 말미에서 한 말을 주목해야 한다. "맘다니를 그저 지하디스트(이슬람 극단주의자), 공산주의자, 터무니없는 젊은이라 부르는 것뿐이라면 그건 당신들이 여전히 주택이나 학자금 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전혀 감이 없다는 뜻이다. 그게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질 것이다. "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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